[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성취동기가 없는 청소년

외적 보상으로 통제하면 내적 동기 감소


요즘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성취동기가 없고 무기력하다고 걱정하는 어른이 많다.

고등학교 1학년 Y군도 그런 경우였다. 어려서는 착실하고 말 잘 듣는 아이였지만, 사춘기에 들어선 뒤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 말고는 관심이 없다. 뭔가를 할 동기를 보이지 않으니 부모는 답답해 잔소리만 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까. 핵심 중 첫 번째는 자율성 욕구 충족이다. 내면의 동기 부여는 외부의 힘으로 통제받는 느낌이 아닌 스스로 자기 행동의 ‘원천이 되고 싶은 욕망’이 충족될 때 이뤄진다. 보상이나 처벌에 의한 통제, 예컨대 ‘공부를 안 하면 텔레비전을 볼 수 없어’라는 규칙은 공부하게 할 수는 있지만, 공부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고 내재적 동기를 떨어뜨린다.

한 실험에서 ‘어떤 퍼즐 과제를 얼마나 오래 풀지’ 스스로 선택한 집단과 일방적으로 시간을 배정하고 퍼즐을 풀게 한 집단을 비교해 봤을 때 전자 즉, 시간을 선택하게 한 집단이 더 오래 퍼즐을 갖고 놀았고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선택권을 주는 것은 곧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다른 실험을 보자. 퍼즐을 완성하면 외적 보상으로 1달러의 돈을 준 집단과 보상을 주지 않은 집단을 비교했다. 1달러로 보상받은 아이들은 실험이 끝난 후 8분의 자유시간 동안 퍼즐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흥미로운 활동인 퍼즐 맞추기가 더 이상 재미있는 놀이가 아니라 보상을 얻기 위한 도구적 활동으로 변하자 재미를 못 느꼈다. 즉 동기가 떨어진 것이다. 어떤 일에 내재적인 동기가 유발된 경우에도 외재적 보상으로 통제하면 내재적 동기(흥미, 관심)가 감소한다.

한 집단에는 선생님보다 빨리 퍼즐을 완성해서 이기는 게 목표라고 말했고 다른 집단에는 그냥 최대한 빨리 퍼즐을 완성하라고 했다. 비교해보니 전자 즉 경쟁을 조장한 집단에선 이기고 난 후에는 퍼즐에 관심이 없어졌다. 경쟁으로 인해 내면의 동기가 더 떨어졌음을 뜻한다.

종합해 보면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게 하기, 한계를 되도록 넓게 설정해 그 안에서 선택할 기회를 주기, 목표 설정 과정에 본인을 참여시키고, 보상은 신중하게 최소한으로 활용하며, 피드백도 감정을 중시하고 경쟁심으로 압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유능감이다. 다른 두 가지 경쟁 실험을 살펴보자. 첫 번째 실험은 경쟁에서 항상 이기도록 세팅된 상황에서 압박감을 준 집단과 주지 않은 집단을 비교한 것이다. 이 중에 전자 즉 압박감을 느끼지 않은 쪽이 내적 동기가 높았다. 두 번째 실험은 항상 패배하도록 세팅된 실험이었다. 여기선 압박감을 준 집단과 주지 않은 집단에서 모두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경쟁에 대한 압박감뿐 아니라 스스로 잘 해낸다고 느끼는 유능감이 동기부여에 중요하다는 의미다. 즉 아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해 볼 만한 도전의 기회’를 줘야 한다.

우리 사회에 비춰 생각해 보자. 과연 내적 동기가 유발될 만한 환경인가. 어려서부터 자율성을 주고 스스로 선택하는 공부를 하기보단 빈틈없이 짜인 사교육 스케줄의 통제나 압박에 의해 공부한다. 내적인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기보다는 성적으로 줄 세우기 식으로 외적 보상을 한다. 유능감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획일적인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하다 보니 어른들이 요구하는 몇몇 기능에서 인정받는 아이들만 치열한 경쟁구조에서 승리하는 경험을 맛볼 뿐, 대다수는 ‘자신에게 해 볼만한 도전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유능감을 경험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환경에선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시들시들해져 간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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