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교사 사건’도 학부모·자녀 신상 폭로…논란 계속

‘사적 제재’ 논란 끊이지 않을 듯
무분별한 개인정보 유출로 2차 피해 우려
정부당국의 신속한 조사·적극적 조치 필요

지난 2021년 숨진 의정부호원초등학교 故이영승 선생님 사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목된 한 학부모의 신상이 인스타그램에 공개됐다. 인스타그램 캡처

2년 전 경기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올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악성 민원을 제기했던 것으로 지목된 학부모의 신상이 SNS에 공개됐다. 숨진 대전 초등학교 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들의 신상이 공개된 데 이어 의정부 사건에서도 학부모 신상이 공개되면서 ‘사적 제재’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네티즌들은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지목된 학부모들 신상이 공개되는 것에 찬성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개인정보 유출로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사적 제재’가 남용되지 않도록 정부당국의 신속한 조사와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인스타그램에는 ‘의정부호원초등학교 이영승 선생님’이라는 이름의 계정이 생성됐다. 이 계정은 프로필에 ‘의정부 호원초등학교 페트병사건’ ‘고 이영승 선생님 자살 사건’ 등의 문구와 함께 학부모 1명과 자녀 1명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이 사건에 영향을 미친 학부모의 이름은 물론이고 지금은 성인이 된 자녀의 이름과 학교까지 공개한 것이다.

지난 2021년 숨진 의정부호원초등학교 故이영승 선생님 사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목된 한 학부모와 당시 학생이던 자녀의 신상이 인스타그램에 공개됐다. 지금은 성인이 된 학생의 대학교에도 신상을 폭로하는 글이 게시됐다. 인스타그램 캡처

특히 이 자녀가 재학 중인 대학교에 찾아가 사건 개요와 함께 ‘그 학생은 자퇴하길 바란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남겨 두고 촬영한 사진도 올렸다. 단지 온라인상 신상 폭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오프라인에서 공론화를 시도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고 이영승 교사 사건과 관련해서는 약 3명의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했던 것으로 지목됐는데, 현재 신상이 공개된 학부모는 이 가운데 이른바 ‘페트병 사건’과 관련된 인물로 추정된다.

유족 등에 따르면 이 교사가 부임한 첫해인 2016년 수업 중 한 학생이 페트병 자르기를 하다가 손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업 도중 발생한 사고이기에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금 2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해당 학부모는 계속 보상을 요구했고, 학교는 입대한 이 교사에게 책임을 미뤘다. 이 교사는 휴직하고 군 복무를 하던 중에도 학부모의 민원 연락을 받아야 했다. 심지어 3년이 지나 해당 학생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2019년 12월 31일에도 학부모는 ‘2차 수술 예정’이라며 이 교사에게 다시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사는 결국 “아이들은 평범한데 제가 이 일이랑 안 맞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힘들었어요. 죄송해요”라는 메시지를 남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교사는 페트병 사건 외에 다른 학부모 민원에도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기교사노조 등 5개 경기지역 교원단체는 연대 성명서를 내고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를 즉시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