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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러 평가…“탈냉전 이후 30년 만의 동북아 정세 대전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연해주의기차역에서 북한으로 돌아가는 열차에 오르며 인사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 방문에 나선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북한과 러시아 접경지인 하산역에 도착해 이날까지 일정을 소화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박6일간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17일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4년5개월 전 첫 방러 때는 2박3일간 머물렀지만, 이번에는 러시아의 우주기지와 군사시설 등을 돌아보며 집권 이후 최장 기간 해외 체류 기록을 세웠다.

이번 방러로 북·러 결속이 공고해지면서 탈냉전 이후 30년 만에 동북아 정세가 대전환을 맞이한 모습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진 것이다. 향후 북·러 군사협력의 수준에 따라 한반도의 실질적 안보 위협이 고조되고, 남북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끌려 들어가게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김 위원장이 러시아 공식 친선 방문 일정을 마치고 17일 블라디보스토크시를 출발했다”면서 “이번 방문은 동지적 우의와 전투적 단결에 뿌리를 둔 전통적인 조·로(북·러) 선린 협조의 유대를 굳건히 하고 관계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연 계기”라고 자평했다.

지난 10일 평양을 떠난 김 위원장은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러시아의 극초음속미사일과 전략폭격기를 시찰하는 등 군사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공개적으로 무기 거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탄약·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는 북한 무기 고도화에 필요한 군사기술 혹은 원유·식량을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탈냉전 이후 30년간 사실상 큰 변화가 없었던 동북아 지정학적 구조가 대전환을 맞았다”며 “북·러 협력에 중국까지 가세할 경우 과거의 진영 논리, 대립 구도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홍 연구위원은 “한·미·일 역시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 동북아의 군사적 대결 구도는 첨예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한국에서의 핵 재배치 논의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대놓고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반도가 직접 연계되는 셈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에 북한이 사실상 개입하게 되면서 ‘남의 나라 전쟁에 왜 개입하냐’는 일각의 말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세 변화는 대중·대러 외교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큰 틀에서 북·중·러 연대 구도가 와해될 가능성이 적더라도, 현재 중국이 북·러 밀착에 미온적인 입장인데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외교의 공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북·러의 밀착이 상징성을 넘어 구체적 행동으로 이행돼 실질적 위협이 되기 전에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도 “중·러가 극단적으로 멀어져서 한국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중혁 박준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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