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에도 매일 복도서 스토킹…딸 둔 30대女 살해

‘보복살인죄’ 적용 안돼…4만명 엄벌 탄원

피해자의 생전 모습(왼쪽)과 폭행 피해로 멍이 든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속적으로 스토킹해 온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된 30대 여성의 유족이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피해자 A씨(37)의 유족은 “스토킹 신고로 살해했다는 범행 동기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옛 연인인 가해자 B씨(30)의 엄벌을 촉구하는 글을 지난 8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B씨의 스토킹 문자메시지 내용과 함께 피해자의 사진까지 공개했다.

B씨의 범행이 공분을 일으키면서 글 게시 10일 만인 18일까지 4만4000건이 넘는 시민의 탄원서가 모였다. A씨 직장 동료나 지인 등 300여명도 유족에게 탄원서를 전달했다.

A씨의 사정을 아는 한 탄원인은 “A씨는 이혼한 뒤 홀로 6살 딸을 책임지는 엄마였고 딸아이에게 엄마는 하늘이었다”며 “하루아침에 하늘을 잃게 만든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꼭 보복살인으로 엄벌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7월 17일 오전 6시였다. 출근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온 A씨는 아파트 복도에서 자신을 스토킹하던 B씨와 마주쳤다. 그는 폭행과 스토킹범죄로 지난 6월 A씨 주변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법원의 제2~3호 잠정조치 명령을 받았으나 막무가내로 A씨에게 대화를 요구했다.

공포에 휩싸인 A씨가 “인제 와서 무슨 말을 하느냐”며 “살려 달라”고 소리쳤으나 범행을 피하지 못했다. B씨는 윗옷 소매 안에 숨겨둔 흉기를 꺼내 A씨의 가슴과 등 쪽을 찔러 살해했다. 딸의 비명을 듣고 나와 범행을 막으려던 A씨의 어머니에게도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B씨는 범행 직후 자해했으나 일주일 만에 건강을 회복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B씨는 살인 범행 4일 전인 지난 7월 13일부터 매일 A씨 집 앞 복도에 찾아간 끝에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 한 아파트 복도에서 스토킹하던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뒤 자해를 시도한 30대 남성이 지난 7월 28일 오전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스토킹범에게 잔혹하게 살해된 A씨는 6살 딸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게 됐다.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은 딸은 정신적 충격으로 심리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에게는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았다. 그가 A씨의 스토킹 신고에 따라 범행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보복 범행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과 유족은 19일 오후 2시30분 인천지법에서 열리는 B씨의 첫 재판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다시 한번 엄벌을 촉구할 예정이다. B씨는 유족 측에 별다른 사과를 하지 않은 채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6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사촌언니는 “스토킹범의 범행으로 누구보다 딸을 사랑했던 엄마가 홀로 세상을 떠나게 됐는데, 가해자는 물론 가해자의 가족조차 단 한 번도 유족에게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재판부가 엄중하고 단호한 판결을 선고해 달라”고 이날 연합뉴스에 호소했다.

이어 “동생 사건에서 스토킹범죄 예방책이라고 나왔던 접근금지 명령이나 (신고용) 스마트워치 등은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서 다시는 이런 끔찍한 범행이 없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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