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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치료비 달란 학부모…숨진 교사, 매달 50만원 보냈다

‘의정부 교사 사망’ 경찰 수사
피해 교사, 군 입대 이후에도 악성 민원 시달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2021년 세상을 떠난 교사 이영승씨. 오른쪽 사진은 학부모에게 매달 돈을 보낸 이씨의 예금거래내역서. MBC 보도화면 캡처

2년 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초임 교사 2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악성민원 학부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해당 사건의 업무 방해 혐의에 대해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 의뢰했다. 구체적으로는 2021년 12월 숨진 이영승 교사가 학교 재직 때뿐 아니라 입대 이후에도 학부모로부터 지속해 민원성 연락을 받은 경위를 수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입대하기 전 수업 중 학생이 페트병 자르기를 하다가 커터칼에 손을 베여 다친 사고와 관련해 이 교사가 군 입대한 이후까지 학부모로부터 치료비 보상 요구가 이어졌고, 결국 이 교사가 월급날마다 사비로 매달 50만원씩 8개월에 걸쳐 총 4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학생의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생긴 흉터 길이는 8㎝였는데, 손등 흉터를 1㎝ 없애는 데에는 통상 10만원 초반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가 이미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받은 보상금 141만원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숨진 교사 이영승씨가 학부모에게 매달 돈을 보낸 예금거래 내역. MBC 보도화면 캡처

의정부경찰서는 도 교육청에서 파악한 사안을 토대로 학교와 학부모 등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8월 두 교사의 사망이 알려진 이후 합동 대응반을 꾸리고 유족과 교원단체가 문제 제기한 학부모 악성 민원과 학교 축소 보고 여부, 극단적 선택 원인 등을 자체 조사했다.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21일 발표한다.

앞서 2021년 6월과 12월 의정부 같은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이 교사와 김은지 교사가 각각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학교 측은 두 교사에 대한 각각의 사망 경위서에 ‘단순 추락사’로 교육청에 보고해 추가 조사는 없었다. 서울 소재 관할 경찰 수사도 그대로 종결됐다.

2021년 초임 교사 2명이 잇달아 숨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MBC 보도화면 캡처

이 사건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뒤늦게 알려졌다. 4~5년 차인 두 교사 역시 학부모 민원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유족들은 주장했다.

한편 이 교사의 유족은 해당 학부모에 대한 형사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유족의 법률대리인은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이 선생님께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하면서 추가적인 보상이나 배상을 요구하는 행위 자체가 협박죄나 공갈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MBC에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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