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코로나 청구서’… IT 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를 누리며 양적 성장을 거뒀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혹독한 ‘코로나 청구서’를 받아들고 있다.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인력 감축, 조직 개편 등의 구조조정에 잇따라 돌입했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IT 기업들은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는 불안감마저 증폭하고 있다.

24일 IT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이 수익성 악화를 돌파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표적인 게 카카오다. 카카오는 실적 악화를 겪는 자회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의 기업간거래(B2B) 사업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달부터 퇴직금과 최대 6개월 치 기본급, 지원금 20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지난 6월에 10년 이상 고연차 직원을 상대로 이·전직을 권하는 넥스트챕터프로그램(NCP)을 실시했다.

카카오의 골프 사업 자회사인 카카오VX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연차별로 수개월에 이르는 기본급과 퇴직금, 실업급여를 제공하는 식의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카카오VX는 1년 차 미만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동안 근무해 임금이 높아진 직원을 대상으로 주로 희망퇴직을 받는데, 1년도 채 되지 않은 직원까지 줄이는 상황이라면 상당한 위기에 빠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외형 확장을 보이며 가파르게 성장했던 숙박 플랫폼 기업 ‘야놀자’도 최근에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야놀자 측은 지난 18일 사내 메일을 통해 “야놀자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알렸다. 야놀자는 올해 상반기에 영업손실 284억원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직원 수를 줄이는 고강도 자구책을 꺼내든 것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투자 시장은 얼었고, 스타트업을 포함한 IT 업계의 ‘젖줄’이 말라버렸다. 안정적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허리띠를 졸라매 수익 개선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자체 조사한 투자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2조3226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의 투자 금액(7조3199억원)과 비교하면 68.3%나 급감했다.

일부에서는 팬데믹 시기에 폭발적 수요 폭증을 경험하면서 무분별하게 외형 성장을 했던 IT 기업들이 더 힘든 혹한기를 보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는다. 산업계에서는 IT 업계에서 촉발한 인력 감축의 여파가 다른 업계로 번질 가능성까지 우려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 3월 스타트업에 특화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금융시장 경색을 겪었다. 위기는 IT 기업 구조조정에서 출발해 대형은행으로 이어졌다. 향후 제조업, 서비스업 전반으로 확산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계 관계자는 “한국 역시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이 전체 산업으로 이어지면, 기업의 경기 전망이 나빠지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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