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스위스서 포기한 암환자, 한국서 끝까지 치료…‘아름다운 이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서 치료받던 말기 간암 환자
지난 10일 결국 삶 마쳐
가족들, 의료진에 감사…연구 발전기금 기부도

끝까지 치료를 받다 세상을 떠난 나탈리의 가족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지난 13일 나탈리를 추모하며 병원 로비 성당 앞에서 촬영을 했다. 윤승규 병원장(왼쪽에서 세번째)과 국제진료센터 옥진주 교수(오른쪽에서 다섯번째),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오른쪽에서 네번째), 나탈리의 남편 트리베르트(왼쪽에서 네번째)가 함께 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스위스에서 치료 포기를 권유받은 말기 암 환자가 한국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까지 치료를 받다가 끝내 삶을 마쳤다.

25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말기 간암 환자 나탈리는 지난 10일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가 향년 78세로 세상을 떠났다.

스위스의 한 병원에서 암 투병을 하던 나탈리는 의식이 저하될 정도로 건강이 악화하자 의료진으로부터 치료를 포기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나탈리와 가족들은 인위적으로 생명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나탈리의 아들은 한국 의료진이 간암 치료를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성모병원에 이메일을 보내 어머니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서울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옥진주 교수는 간암 치료 권위자인 천호종 영상의학과 교수, 성필수 소화기내과 교수와 함께 나탈리의 의무기록을 검토한 뒤 치료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미 세균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및 간성뇌증으로 의식이 저하된 상태였고 간 기능이 악화해 심각한 황달과 복수를 동반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나탈리는 지난달 14일 에어엠뷸런스를 타고 서울성모병원에 도착했다.

성모병원에 입원한 나탈리는 간 기능 회복 치료를 받으며 1주일 만에 독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건강 상태가 호전되자 의료진은 간암 치료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4일 갑작스럽게 폐렴이 찾아오면서 나탈리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했고, 결국 지난 10일 새벽 중환자실에서 눈을 감았다.

나탈리의 남편 트리베르트는 아내의 치료에 최선을 다한 의료진에 감사를 표하며 아내의 이름으로 연구 발전기금 5만 달러(약 6700만원)를 기부했다.

옥 교수는 “환자분의 아들과 처음 통화했을 때 치료를 끝까지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인상 깊게 남아 꼭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서울성모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상태가 호전돼 가족과 아름다운 이별을 맞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해외에서 치료를 포기한 환자가 본원에서 생존을 연장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앞으로 간암 환자의 간 기능 보존을 통해 생존 기간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진료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