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내 불찰…文정부 걱정, 尹정권교체 안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둔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서 맡겨 주신 직분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많은 실망과 걱정을 드렸던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과 관련한 심경을 털어놨다. 26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지난 11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그는 재임 시 공과와 옥중생활 등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로 불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사익편취·국정농단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듣고 정말 너무 놀랐다”며 “하지만 이 모든 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최씨의 비위를 알지 못했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한 번도 최 원장(최씨)이 저를 이용해 사적인 잇속을 챙긴다거나 이권에 개입하거나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심 없이 저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최 원장이 K스포츠재단을 통해 사적 이익을 챙기려 했었다면 그것을 알지 못한 제 책임이고, 사람을 잘못 본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737일간의 옥중생활에 대해서는 “나 자신에게 떳떳했기 때문에 어려운 수감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밤이 오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온몸에 통증이 있었다”며 “칼로 베는 것 같은, 불로 지지는 것 같은 통증 때문에 한 시간도 제대로 못 잘 때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둔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때 일부 친박계 의원도 찬성표를 던져 통과(가 234, 부 56, 기권2, 무효7, 최경환 투표불참)된 것과 관련해선 “소위 ‘친박’이라는 의원 중 탄핵에 찬성한 의원도 있었다. 저의 오랜 수감 기간 한 번도 안부를 물은 적이 없는 의원이 대부분”이라며 “동생(박지만 EG 회장)의 친구인 의원도, 원내대표였던 의원도 탄핵에 찬성했다는 얘기를 듣고서 사람의 신뢰와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문재인정부의 탄생을 지켜본 심정에 대해서는 “대선 소식을 듣고 마음이 참 착잡했다”며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에 북핵에 대한 대응 방식이라든가, 동맹국들과의 불협화음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나라 안보를 비롯해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됐다”고 돌이켰다.

과거 국정농단 특검팀의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가 돼 정권교체를 한 것과 관련해서는 “좌파 정권이 연장되지 않고 보수 정권으로 교체된 것에 안도했다”며 “당시 수사팀에 참여했던 검사 중에 윤석열정부에서 장관이라든가 요직에 여러 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석열정부에 대해서는 “정부가 출범한 지 1년4개월 정도 됐는데 정부의 방향·정책을 평가하는 건 좀 성급한 감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둔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정부는 실패한 정부’라는 일각의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인다”면서도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위안부 합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 등 재임 시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결정에 대해 “안보를 위해서 꼭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일을 정말 하늘이 도우셨는지 다 하고 감옥에 들어가 다행이었다”고 언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둔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친박계 인사들의 내년 총선 출마설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내년 총선에 별 계획이 없다.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면서 “과거에 정치를 했던 분이 다시 정치를 시작하는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제가 언급할 일이 못 된다. 다만 정치를 다시 시작하면서 이것이 저(박근혜)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고, 저와 연관된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여생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지금까지 개인적인 삶보다는 공적인 삶을 살아온 것 같은데 그것도 운명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치 일선은 떠났지만 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이고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려고 한다. 그것이 국민들이 보내주신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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