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팡이 짚고 걸어서 법정 출석…구속심사 시작

취재진 질문엔 묵묵부답
‘장기간 단식’ 고려해 법정에 휠체어 대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등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국가 의전 서열 8위인 제1야당 대표가 영장심사를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그는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른 손으로 우산을 쓴 채 법원 청사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이 대표는 “증거인멸 교사는 어떻게 방어할 계획인가” “(로비스트) 김인섭씨와 언제 마지막으로 연락했나” “민주당 인사가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진술 번복을 요청한 것을 알고 있었나” 등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법정으로 가던 도중 중심을 잃고 휘청거려 주변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법정으로 들어가는 이 대표에게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영장심사는 이날 오전 10시7분쯤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시작됐다.

애초 오전 10시부터 영장심사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빗길 교통체증으로 이 대표의 도착이 늦어졌다.

검찰 측에서는 수사에 참여했던 김영남(사법연수원 34기)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 최재순(37기) 공주지청장을 포함해 10명가량이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 측에서는 고검장 출신의 박균택(21기) 변호사, 부장판사 출신의 김종근(18기)·이승엽(27기) 변호사,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상호(38기) 변호사 등 6명이 나왔다.

이 대표가 24일간 단식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긴급 상황을 대비해 법정에는 의료인력 1명이 배치됐다. 휠체어도 준비됐다.

법원은 이날 밤늦게 또는 자정을 넘긴 27일 새벽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 측과 검찰은 범죄 혐의 소명 정도와 구속 필요성을 놓고 팽팽한 법정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법원은 이 대표 측과 검찰의 의견을 듣고 관련 기록을 검토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대표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심문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정치권은 격랑으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지난 18일 이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위증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2017년 2월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356억원의 이익을 독차지하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는다.

이 대표가 오랜 기간 유착해온 선거 브로커이자 비선 실세인 김인섭(구속 기소)씨를 위해 인허가권을 사용해 이익을 몰아주고, 그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성남시가 제거해 준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사건이라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였던 2019∼2020년 김성태(구속 기소)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자신의 방북비용 등 총 800만 달러(제3자 뇌물 약 106억원)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그룹 사업 확장을 노리던 김 전 회장을 해결사로 활용한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검찰은 주장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밖에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위증해 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이 대표에게 적용됐다.

이 대표는 이 같은 혐의사실이 직접적인 증거 없이 검찰의 회유·압박에 의한 관련자 진술만을 바탕으로 구성된 허구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발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단식 회복 치료를 받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나섰다.

이 대표는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한 손에 지팡이를 쥔 채 걸어 나왔다. 잠깐 중심을 잃고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지자들이 응원 구호를 외치자 이 대표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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