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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2직업 하세요, 외국인도 환영… 고령화 일본의 선택

‘인력 부족’ 도산 기업 역대 최대
“여성·고령자 취업 증가만으론 부족”
다(多)직업 사회 도래한 일본

국민일보DB

‘장기 저성장’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일본 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기 위한 가장 큰 과제로 노동 인력 수급이 지목된다. 일본 경제 최대 호황기로 꼽혔던 1990년대 초 대규모로 채용된 세대는 곧 60살 정년을 맞아 노동시장에서 퇴장한다.

저출산·고령화 국면이 심화하며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자 일본에서도 개인이 2개 이상의 직업적·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다(多)직업 사회에 돌입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인력 부족으로 기업 도산 잇따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지난달 25일 인용 일본 시장조사 업체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인력 부족을 이유로 도산을 신청한 일본 기업은 110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배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인구는 국력의 기반이다. 일본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으로 대표되면서 중국 시장의 대체재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내부 구조는 그렇지 않다.

일본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2년 69.8%로 정점을 기록한 뒤 매년 추락 중이다. 2020년 59.1%로 떨어진 생산가능인구는 2065년 51.4%로 절반 수준까지 급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총무성 자료를 보면 이달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는 3623만명이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9.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75세 이상이 2005만명으로 집계되며 처음으로 2005만명을 넘었다. 80대 이상은 1259만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10.1%를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쿄시내 번화가만 해도 ‘종업원이 없어서 영업 시간을 단축한다’는 문구를 붙인 음식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본 싱크탱크 리크루트웍스연구소가 지난 3월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2040년에는 노동 인구가 1100만명 모자라 모든 분야에서 일손이 부족해질 전망이다.

닛케이는 개인이 사회적으로 여러 역할을 담당하는 ‘1인 2직업’이 시대 국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신의 전문 분야뿐만 아니라 기업 내외에서 다른 직무를 겸하거나 근무시간 외에 사회활동으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보타 마사유키 라쿠텐증권 수석연구원은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보완하려면 여성 취업률 확대와 고령자 취업 유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부업 확대와 로봇·인공지능(AI)의 활용이 인력난을 타개할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일보DB

이민 문턱 대폭 낮췄다

일본은 결국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 현상이 계속되자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각의(국무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 자격을 정한 ‘특정기능’ 제도 개정안을 확정했다. 2019년 4월 도입된 특정기능은 상당한 정도의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주는 ‘1호’와 작업반장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2호’로 분류된다.

2호 자격을 받으면 기간 제한 없이 일본에 머물 수 있다. 가족 동반 체류도 가능하다. 1호 자격을 얻은 사람의 최장 체류 기간은 5년이며 가족을 동반할 수 없다.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1호 자격을 받은 사람은 약 14만6000명이지만 2호 자격을 보유한 사람은 10명에 불과했다.

개정을 통해 특정기능 2호 자격을 주는 업종을 기존의 건설, 조선 등 2개 분야에서 제조업, 항공, 숙박, 농업, 어업, 외식 등 11개 분야로 늘린 것이 골자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경제계의 강력한 요구가 있어 왔다.

여기에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인이 일본에서 일정 수준의 기술 연수를 한 뒤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인 기능실습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일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지역에 녹아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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