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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권위, 눈치보기?… ‘이태원참사 집회 인권침해’ 늑장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참사 시민분향소 인근에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현수막들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초 ‘이태원참사 분향소 내 보수단체 집회로 인한 인권침해’ 관련 유족 측의 긴급구제 신청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데 3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긴급구제 신청 중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인권위가 정권의 눈치를 보는 바람에 긴급구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실이 28일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권위는 ‘이태원참사 합동분향소 내 보수단체 집회로 인한 인권침해’ 건의 긴급구제 신청을 91일 만에 기각했다. 김 의원은 2021년부터 3년간 신청받은 긴급구제 총 18건 중 가장 오래 걸린 사례라고 밝혔다.

긴급구제는 사후적으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진정 사건과 별개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권침해를 막아 달라는 취지에서 긴급하게 인권위에 조치를 요청하는 제도다. 최근 3년간 인권위가 접수한 긴급구제 신청 사례들을 보면 긴급구제로 처리할지 여부는 일반적으로 접수 후 짧게는 하루, 길어도 열흘 내에 결론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인권위는 그러나 이태원참사 집회 관련 긴급구제 신청에 대해선 석 달여 만에 ‘미상정 종결’ 처리하고 진정 사건으로 조사했다.

앞서 이태원참사 유족 측은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앞 이태원 분향소 앞에서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가 맞불 집회를 열고 자신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지난 1월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유족 측은 신자유연대가 이태원 분향소를 겨냥해 ‘이태원참사 추모제 정치 선동꾼들 물러나라’ 등의 현수막을 걸고 조롱성 발언을 하는 데도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긴급구제 신청을 접수한 지 석 달 만인 지난 4월 해당 건에 대해 ‘긴급구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인권위는 “용산경찰서는 양측(유가족협의회와 신자유연대)의 대치 상황에 대해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펜스를 치고 경력을 배치했다”며 “긴급구제의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인권위가 ‘긴급’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판단을 미뤘던 것을 두고 김 의원은 “긴급구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상태에서 긴급하게 구제해 달랬더니, 결정을 미루다가 인권침해당하고 있는 상태가 끝났으니 기각하는 인권위의 태도를 어떤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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