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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화학에 배터리까지… ‘K-산업’ 흔드는 中 덤핑 공세


중국의 추격전이 거세다. 막대한 규모의 설비투자와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퍼부으면서 교역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특히 한국은 수출 주력업종인 철강과 석유화학에 이어 태양광, 이차전지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까지 ‘중국발 과잉공급’ 후폭풍에 휘말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기업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아 세계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최근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반덤핑 장벽’을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과 EU가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을 겨냥한 새로운 관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급격하게 증가한 중국발 철강 공급 확대를 조준한 조치다. 인도 역시 중국산 철강에 부과하는 반덤핑 관세를 5년 연장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6억265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특히 7월 생산량은 9080만t으로 11.5%나 뛰었다.

석유화학 업종도 중국발 과잉생산 여파를 심각하게 겪는 중이다. 한국 석유화학 제품의 주요 시장이었던 중국은 이제 세계 시장에 저가 제품을 쏟아내며 한국의 수출길을 가로막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중국의 공급 확대로 연일 수익성이 악화하는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에틸렌 스프레드(마진)는 지난 6월 t당 200달러 수준에서 9월 말에 150달러까지 추락했다. 손익분기점인 300달러를 크게 밑돈다.

‘중국산 저가·물량 공세’는 태양광에 이어 전기차용 이차전지로 옮겨 붙는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물량 확대로 유럽에선 파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태양광 모듈 가격이 25%나 급락해 수익성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태양광 모듈 생산에 필요한 잉곳을 만드는 노르웨이 기업 노르웨지안크리스탈즈가 지난 8월 파산 신청을 한 데 이어 또 다른 태양광 업체인 노르선도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은 현재 EU 태양광 수입 물량의 4분의 3을 독점하고 있다. 유럽 태양광 기업들은 “중국이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덤핑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한다.


이차전지도 중국에 휘둘리는 양상을 보인다. 원자재 시장 조사업체 CRU그룹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공장의 생산 능력은 올해 1500기가와트시(GWh)에 이를 전망이다. 전기차 220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고, 중국의 올해 배터리 수요 예측치(636GWh)의 236%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 배터리의 과잉생산은 한국 배터리 기업에 직접적 타격을 준다. 배터리 과잉생산과 뒤이은 물량 조절로 주요 원료인 리튬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한국 배터리 셀·소재 기업의 수익성은 출렁이고 있다.

중국 상황도 마냥 녹록치는 않다. 부동산 경기 악화, 내수 침체가 겹치면서 ‘공급 과잉의 덫’에 걸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3개 철강사 중 13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 가동률도 누적된 증설로 2019년 92%에서 현재 85%까지 내려앉았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 내 구조조정을 통한 공급 축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선 중국산 덤핑 공세를 이겨내려면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진단이 나온다. 한때 중국의 파상공격에 밀렸던 한국 조선업계는 친환경 전략으로 부활의 노래를 부르는 중이다. 한국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는 선별 수주만으로도 3년 치 건조계획을 채우는 등 과거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가격경쟁으로 승부를 보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차별화한 기술 경쟁력 유지 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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