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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정너 지역주의 환멸, 정치 싫다”…입모은 영호남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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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가 지난 18~24일 영남 출신 청년(20~39세) 10명, 호남 출신 청년 1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뿌리 깊은 지역주의에 대한 반감 탓에 정치적 무력감과 무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은 국민의힘,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의 ‘표밭’이라는 통념이 청년층에서도 확인되는지, 아니라면 그들은 어떤 성향을 보이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인터뷰였다. 영호남 출신 청년 20명 중 10명은 ‘현재 살고 있는 지역구의 의원 이름과 소속 정당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변했다.

부산에 사는 최모(35)씨는 “내 소신과 이념, 가치관과 상관없이 어릴 때부터 누가 나오든 ‘빨간색’을 찍어야 한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내가 굳이 투표하지 않아도 보수당이 당선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정치에 관심을 안 두게 됐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인물이나 공약과 관계없이 지역 입맛에 맞는 특정 당에 표를 몰아주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무력감이 생겨 정치와 멀어지게 됐다는 얘기다.

대구에 거주하는 김모(32)씨도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정치판에서 묻고 따지지 않고 당만 보고 표를 주는 어른들에게 환멸을 느꼈다”며 “누가 나오든 무조건 보수당을 찍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 사는 이모(33)씨는 “여기는 공약이나 정책은 보지도 않는다. 무조건 민주당을 찍는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전남에 거주하는 김모(35)씨는 “민주당이 오랜 시간 우리 지역을 텃밭으로 누리다 보니까 안주하는 측면이 있다”며 “동네를 발전시켜 잘 살게 해주려 노력하는 게 아니라 도외시하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두 정당 모두에 혐오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 경남에 사는 황모(37)씨는 “악당 둘이 서로 싸우는 느낌이 든다”며 “어차피 사람만 바뀌어서 또 싸우는 상황이 반복될 게 뻔해 ‘선거의 계절이 왔구나’ ‘현수막이 또 붙기 시작했구나’ 정도만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부산 출신 박모(34)씨도 “정치인들은 정치를 단순히 지역에 기반한 정당 간 싸움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영호남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지역주의에 대한 반발심을 꼽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밀레니얼 세대는 전라도·경상도 사람끼리 갈라져 싸우며 특정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던 상황에 대한 반감이 크다. 탈정치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공약에 따라 표를 바꿀 수 있는 스윙보터”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청년층은 실용성을 추구하는 세대”라며 “영호남 청년의 지역에 기반한 정치적 색채는 매우 옅어졌다”고 진단했다.

박민지 구자창 신용일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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