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시설로 낙인’…쫓겨난 마약중독자 재활시설, 눈물의 호소

경기도다르크, 사실상 사라질 위기
마약범죄 늘지만…‘재활시설’ 부족
“정부지원 절실…청소년 마약 예방에도 도움”


민간 마약중독 재활시설의 위기다. 수도권의 시설 한 곳은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학교 옆에 있다는 이유로 ‘혐오시설’로 낙인찍혀 갈 곳을 잃었는데, 이전 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해 공중분해 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확산하는 마약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마약중독 재활시설을 늘리는 것은 전 세계적 추세라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일 마약중독 재활시설인 경기도다르크와 국립법무병원 등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마약중독 재활시설 지원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8월 남양주시로부터 퇴거 처분을 받고 갈 곳을 잃어 폐업 위기에 놓인 경기도다르크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경기도다르크는 지난 3월 남양주시 호평동의 한 학교 옆으로 이전한 뒤부터 계속된 민원에 시달렸다. 학부모들이 ‘학교 옆에 혐오시설은 안 된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민원을 접수한 남양주시는 경기도다르크가 신고 없이 정신재활시설을 운영했다며 경찰에 고발하고 지난 8월 31일 결국 퇴거 조치했다. 경기도다르크는 요건을 갖춰 시설등록을 신고했지만 지난달 12일 남양주시로부터 해당 장소에서 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는 거부 처분을 받았다.
마약중독 재활시설인 경기도다르크를 운영하는 임상현(목사) 센터장이 지난달 2일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양주=이현성 기자

시설이 문 닫는 사이 입소자 10여명이 퇴소했다. 그중 2명은 중독 증세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가 교도소에 들어갔다. 경기도다르크를 운영 중인 임상현 센터장은 “마약 중독자에게 필요한 것은 사법처리뿐 아니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보다 앞서 마약 문제를 겪은 해외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마약중독자를 위한 재활시설이 제대로 갖춰 있지 않다”며 “경기도다르크에서 많은 마약중독자들이 (재활을 거쳐) 사회로 복귀하고 있다. 이들이 필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이곳은 혐오시설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역시 “청소년 사이에서 마약이 활발히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약중독 재활시설에 오히려 학교 앞에 있으면 좋은 것”이라며 “학교와 연계한다면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 마약범죄 예방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마약 중독 재활 치료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민간 재활시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경기도다르크의 경우처럼 혐오로 철수 요구를 받거나 지자체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원을 거절하는 일이 다반사다. 오랜 기간 마약 중독자 재활 치료를 해왔던 인천 참사랑병원도 경영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확산하는 마약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경기도다르크와 같은 마약중독 재활시설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은 “단속 처벌 위주의 대책으로는 40%에 육박하는 (마약범죄) 재발률을 줄일 수 없다”며 “마약사범이 초기부터 집중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에 대한 지원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꼽히는 청소년 마약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재활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검에 따르면 10~20대 마약사범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 10대가 0.9%, 20대가 13%였는데 지난해 기준 각각 2.8%와 31.4%로 크게 증가했다. 마약중독 재활시설을 혐오시설로 치부하는 게 아닌, 청소년 마약범죄를 예방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다르크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10대 입소자들도 “시설 생활을 통해 약물에 의존하던 과거의 잘못된 생활 방식을 인지하고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다”라며 “경기도다르크가 없었다면 계속적인 약물 사용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다. 범죄자로만 바라보지 말고 치유가 필요한 사회구성원으로 바라봐달라”고 호소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