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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한테 맞고도 콤보 넣었죠” 44세 격겜 챔프의 승부욕

김관우가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 V'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격겜(격투기 게임)’ 챔피언 김관우(44)가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강한 승부욕을 자신의 우승 원동력으로 꼽았다.

김관우는 29일 중국 항저우 한 호텔의 대한체육회 스포츠외교라운지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스트리트파이터(격투기 게임)는 흔히 오락실에서 하는 게임인데, 어릴 땐 게임을 잘하면 동네에 노는 형들한테 끌려가서 혼나고 그랬다”며 어린 시절 겪었던 자신의 일화를 언급했다.

김관우는 “게임을 좀 하셨던 분들은 아실 거다. 맞아보지 않았다는 건 실력이 다소 의심스러운 것”이라며 “어릴 때 게임을 잘해서 동네에서 노는 형들한테 오락실에서 옆구리를 맞아가면서도 콤보를 넣는 의지를 보였다. 그런 강한 승부욕이 지금의 금메달로 결실을 맺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관우는 전날 항저우아시안게임 스트리트 파이터5 결승전에서 샹여우린(대만)을 꺾고 대회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20대 선수가 즐비한 e스포츠계에서 ‘백전노장’으로 통하는 김관우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금메달리스트의 꿈을 이뤘다. 게임 경험이 많은 만큼 그를 ‘고인 물(오래된 게임 고수를 일컫는 은어)’이라 부르는 이들도 많다. 한국 e스포츠 대표팀에서도 ‘맏형’이다.

김관우가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 V'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 뉴시스

그는 게임 비용이 50원이었던 어린 시절부터 오락실을 드나들었다고 한다. 게임을 좋아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재미있고 좋아서”였다. 오랜 기간 게임을 즐겼던 그는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국가대표가 되겠단 꿈을 품었다.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게 됐고, 결국 이번 우승까지 차지했다.

김관우는 “오래 해왔던 게임이지만 아시안게임을 위해 대표팀 동료들과 같이 힘들게 훈련하면서 준비했다”며 “금메달을 따서 너무 기쁘다. 응원해주신 분들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게임을 할 때 자신을 혼냈던 어머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관우는 “어른 중에서 혼내신 분은 저희 엄마밖에 없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런 걸 아직 잘 모르신다”며 “다른 분이 아들이 금메달 땄다는 소식을 전해주셔서 그 분을 통해 문자가 왔다”며 눈물을 흘렸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김관우의 어머니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아들 나 너무 좋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평소 김관우는 직장을 다니며 프로게이머 생활을 병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안게임 준비 기간에는 하루 10시간가량 맹훈련하며 금메달에 도전해왔다. 김관우가 참가했던 스트리트 파이터와 같은 격투기 게임은 e스포츠계에서도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된다. 당초 메달 후보로 분류되진 않았지만 오랜 게임 경험과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앞세워 e스포츠계에 새 역사를 썼다.

항저우=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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