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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패권 경쟁, 실물에서 금융 제재로 ‘확전’… “외자 유치 기회 삼아야”


미국이 실물경제에 이어 ‘금융투자’ 분야로 대(對)중국 제재 범위를 넓히면서 미·중 간 첨단기술 패권 경쟁이 한층 격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은 중국에 대한 금융투자 비중이 작아 직접적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체 투자처 수요를 감안해 첨단기술 분야에서 외자 유치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7일 발간한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금융투자 제한 조치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8월 반도체 및 마이크로전자,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의 자본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놨다. 미국의 자본과 기술이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과 군사적 역량 강화에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바이든 행정부는 행정명령 부록에서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을 ‘우려국’으로 명시하고 제재 대상임을 알렸다. 미국인 또는 기업이 우려국 내 파트너와 첨단기술 분야 투자를 추진하는 경우 사전에 신고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재무부가 해당 투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제재 대상 투자 형태로는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등을 통한 지분 인수와 그린필드·합작투자 등을 포함한다.

보고서는 미국이 기존의 무역·기술 통제에 더해 금융 제재를 강화함으로써 첨단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더욱 가속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미 미국은 대중국 첨단기술 분야 투자를 줄이고 영국과 이스라엘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추세다. 미국의 대중국 벤처투자는 2021년 249건에서 지난해 180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관련 분야의 미국 의존도를 감안하면 이번 투자 제한 조치는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세계 주요국의 대중국 벤처투자 감소와 인수·합병(M&A) 거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서는 봤다. 중국이 향후 미국 기업을 겨냥한 M&A 승인 지연 등의 ‘맞불’ 조처를 할 가능성도 크다.

한국 투자자는 대중국 금융투자 연계성이 낮다는 점에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국내 투자자가 중국에 벤처투자한 건수는 2018년 31건에서 지난해 15건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국내 자본의 미국 기업에 대한 벤처투자는 61건에서 101건으로 늘었다.

보고서는 “이번 행정명령으로 인한 중국의 즉각적인 보복 조치는 없었으나 금융과 금융 외 분야에서 대응 조치 가능성이 있다”며 “높은 수입 의존도를 보이는 핵심 광물, 소재·부품 공급망 등에 대한 대중국 취약성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첨단기술·산업 분야의 대중국 투자 위험은 커지고 대체 투자지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미국을 포함한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 세제, 보조금, 인력, 금융 등 포괄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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