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정율성 흉상’, 보수단체 회원이 끌어내렸다

밧줄로 흉상 쓰러뜨리는 모습 CCTV에 찍혀
“내가 그랬다” 범행 시인

2일 오전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거리에 조성된 정율성 흉상이 철거돼 있다. 연합뉴스

광주 정율성거리에 조성된 정율성 흉상을 쓰러뜨린 것은 보수단체 회원의 소행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2일 재물손괴 혐의로 보수단체 회원 A씨(56)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에 조성된 정율성거리의 정율성 흉상을 쓰러뜨리고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2일 오전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거리에 조성된 정율성 흉상이 철거돼 있다. 연합뉴스

인근 CCTV 영상에는 A씨가 흉상의 목 부분에 밧줄을 묶은 뒤 이를 2.5t 승합차에 연결해 쓰러뜨리는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직접 흉상을 철거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A씨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중단하라고 광주시에 요구했다”며 “하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고 그대로 추진한다고 해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강제로 철거했다”고 언급했다.

A씨는 경찰에도 “내가 그랬다. 3일 오전에 경찰서로 가서 조사받겠다”며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쓰러진 흉상은 이날 오전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정율성 흉상은 남광주 청년회의소가 해주구 인민정부로부터 기증받은 흉상을 남구에 다시 기증하면서 2009년 7월 양림동 정율성로에 세워졌다.

광주 출신인 정율성(1914~1974)은 의열단 소속으로 항일운동을 하다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해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한 인물이다.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 활동을 한 후 중국으로 귀화했다. 광주시는 정율성의 생가(동구 불로동)를 복원하고 역사공원을 만들어 대규모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2018년부터 관련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가보훈부와 여당에서 공원 건립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념 논쟁’으로 번졌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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