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용 “마이요 안무 ‘로미오와 줄리엣’은 특별해요”

몬테카를로 발레단 수석무용수, 7~18일 내한공연에서 티볼트 역으로 출연

몬테카를로 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재용. 10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내한공연에서 티볼트 역으로 출연한다. 이한형 기자

몬테카를로 발레단을 이끄는 안무가 크리스토프 마이요(62)는 한국 발레계에 의미있는 존재다. 2000년 국립극장 전속단체에서 독립 재단법인이 된 국립발레단이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새로운 출발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러시아 스타일의 고전발레 레퍼토리를 정착시켜온 국립발레단이 선보인 첫 동시대 유럽 모던발레였다. 그리고 마이요의 독창적인 안무는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한국 발레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후 국립발레단 레퍼토리가 되어 2002년, 2011년, 2013년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마이요의 또 다른 작품인 ‘신데렐라’와 ‘라 벨르(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내한 공연으로 선보인 바 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오는 7∼8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13∼15일 서울 예술의전당, 18일 강릉아트센터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할 예정이다.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드디어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보게 된 것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이자 수석무용수인 안재용이 티볼트 역으로 출연한다. 지난 1일 태국 방콕에서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를 공연 중인 안재용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안재용은 “4년 만에 이루어진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한국 투어를 앞두고 설렌다”면서 “특히 마이요 감독님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내가 발레를 시작한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안무한 몬테카를로 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티볼트 역의 안재용(왼쪽)이 로미오 역의 무용수와 결투하는 장면이다. 몬테카를로 발레단

안재용은 다소 늦은 나이인 고등학교 1학년 때 누나의 권유로 발레를 시작하게 됐다. 현재 독일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약하는 그의 누나는 당시 키도 크고 운동도 잘하는 동생이 발레와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면서 동생에게 국립발레단의 마이요 안무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보여주는 한편 전설적인 발레리노 미하일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주역을 맡은 영화 ‘백야’ DVD를 건넸다.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바리시니코프에 마음을 뺏긴 그는 바로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졸업한 그는 오디션을 통해 2016년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정단원으로 입단했다. 이듬해 세컨드 솔리스트로 승급한 그는 2018년 바로 수석무용수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입단 오디션 인터뷰에서 마이요 감독님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발레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이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감독님께서 제게 입단 초기부터 좋은 배역을 맡기는 등 많이 아껴주세요.”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20세기 초반 세계 예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발레 뤼스를 계승한 발레단이다. 모나코 그레이스 공비의 딸인 캐롤라인 공주의 후원으로 1985년 설립됐다. 1993년 예술감독으로 온 마이요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특히 ‘로미오와 줄리엣’ 등 고전을 참신하게 재해석한 작품들로 국제적으로 평가를 받게 됐다. 발레 테크닉을 중시하되 불필요한 디베르티스망(볼거리를 위한 춤)을 없애고 드라마를 강화하는 것은 마이요의 특징이다. 특히 상투적이고 고풍스러운 무대 대신 추상적이고 미니멀한 무대와 의상, 조명 등으로 현대성을 드러낸다.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안무한 몬테카를로 발레단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 안재용(왼쪽)이 지그프리트 왕자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

“마이요 감독님의 작품은 발레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재밌게 볼 수 있어요. 입체적인 캐릭터들과 함께 계속 이어지는 춤을 통해 스토리가 빠르게 전개되거든요.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요. 이를 위해 무용수의 표현력은 필수적이죠.”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주인공의 사랑이 손으로 표현되는 것이 독특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두 손을 마주 잡거나 서로를 쓰다듬으며 추는 듀엣은 사랑의 소용돌이를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로미오에게 먼저 다가가는 등 적극적인 줄리엣, 남편 없이 가문을 이끄는 당당한 마담 캐풀렛 등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눈길을 끈다. 안재용은 “마이요 감독님의 작품 속 여성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주체적이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1996년 초연 당시 ‘줄리엣’ 또는 ‘줄리엣과 로미오’라고 제목을 붙이려고 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마이요 안무의 또 다른 특징은 주인공 외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존재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만 보더라도 다른 안무가의 작품에선 역할이 크지 않은 로렌스 신부와 로미오의 전 여자친구 로잘린 등이 존재감 있게 등장한다. 그는 “내가 맡은 티볼트의 경우 단순히 나쁘다기보다는 캐풀렛 가문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크다. 그러면서 캐풀렛 부인과 내연 관계가 있는 등 입체적이고 복잡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안무한 몬테카를로 발레단 ‘파우스트’의 한 장면. 안재용(가운데)은 메피스토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

그의 바람은 머지않은 시기에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내한이 다시 이뤄지는 한편 그동안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 공연되는 것이다. 2019년 ‘신데렐라’의 아버지 역에 이어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의 티볼트 역까지 그가 맡은 배역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주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백조의 호수’의 지그프리트 왕자, ‘파우스트’의 메피스토 등 주역으로 출연한 작품으로 한국 관객과 만나고 싶다. 내가 주역으로 출연한다는 점 외에도 마이요 감독님의 해석이 기존의 프로덕션과 달라서 정말 흥미롭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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