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의장, 헌정 사상 첫 해임…극우 반란에 정국 격랑


미국 권력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연방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헌정 사상 처음 임기 중 해임됐다. 임시예산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과 협력한 것을 문제 삼은 공화당 내 소수 강경파 반란이 성공했다. 미 의회는 리더십 공백 사태로 입법 등 업무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의장 축출을 성사시킨 극우 강경파 영향력이 증명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증폭될 전망이다.

미 연방하원은 이날 공화당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발의한 의장 해임안을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했다. 의장 해임안 표결은 1910년(조지프 캐넌 의장)과 2015년(존 베이너 의장) 두 차례 실시된 적 있지만 가결된 적은 없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 1월 7일 의장직 선출 270일 만에 의회 불신임으로 불명예 퇴직하게 됐다. 매카시 의장은 당시에도 당내 강경파 반대에 막혀 15차례 계속된 재투표를 거쳐 가까스로 의사봉을 쥘 수 있었다. 뉴욕매거진은 “역사적인 굴욕”이라고 평가했다.

현직 의장 해임은 미국 정치의 극단적인 분열상을 반영한다. 특히 공화당 내 반란표가 8표가 나왔고, 민주당도 외면했다.

투표가 시작되기 전 게이츠 의원 등 강경 반란파는 매카시 의장을 비난하며 동료 공화당 의원들과 맞서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매카시 의장 지지파는 그를 해임하는 게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게이츠 의원은 “매카시가 카오스다. 우리가 신뢰할 수 없는 자들이 혼돈”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가만히 앉아 그들 싸움을 지켜봤다.

뉴욕타임스(NYT)는 “초현실적인 공화당 대 공화당 논쟁”이라며 “(이번 표결은) 지난 1월 그의 의장직 선출을 막으려 했고, 이후에도 그를 계속 괴롭혀온 극우 의원 집단과의 권력 투쟁 정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매카시 의장은 해임안이 제출되자 “할 테면 해보라”는 입장을 밝히며 반란파 제압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통상 해임안은 제출 뒤 입법일 기준 2일 이내에 처리할 수 있지만, 즉시 표결을 진행한 것이다. 자신을 축출하려는 강경파가 소수인 데다 민주당 일부도 자신을 구제할 것이라는 계산을 한 것으로 외신은 분석했다.


그러나 반대표는 예상보다 많았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 1월 공화당 216명의 지지를 얻어 의장직에 당선됐다. 당시 강경파 6명은 기권으로 무효표를 던졌다. 이번에 매카시 의장을 지지한 공화당 의원은 210명에 그쳤다.

민주당도 똘똘 뭉쳐 찬성표를 던지며 그를 구제하지 않았다. 앞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지도부 회의를 거친 뒤 동료 의원들에게 “그들(공화당)이 진실하고 종합적인 방법으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극단주의를 탈피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하원의장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민주당은 매카시 의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예산안 합의를 파기하자 그를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겼고, 대통령 탄핵 조사를 승인하기로 한 결정에도 분노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 진보 모임을 이끄는 프라밀라 자야팔 의원은 “그들이 무능의 돼지우리에서 뒹굴게 내버려 둬라”고 말했다.

하원 의장직 공석 사태로 미국 정치는 격랑에 휩싸였다. 미 의회는 공화당 소속 패트릭 맥헨리 의원을 의장 대행으로 임명했지만, 후임 의장이 선출될 때까지 입법 공백 사태는 불가피하다. NYT는 “의장석이 공석이 되면 후임자가 선출될 때까지 하원 업무는 본질적으로 마비될 것”이라며 “임시 의장은 후임 연사 선거를 감독하는 업무 외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다”고 의회 절차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당장 미 의회는 11월 17일 이전 연방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세출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후임 의장 선정 절차가 지연되면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가 커진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시급한 과제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하원이 신속하게 의장을 선출하기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후임 의장을 찾는 작업도 미지의 영역”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 일각에선 매카시 의장이 다시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매카시 의장은 이날 표결 뒤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의장직에 다시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후임 의장직을 차지하기 위한 공화당 내 중도파와 강경파 간 싸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의장 대행인 맥헨리 의원과 공화당 지도부인 스티브 스컬리스 의원, 톰 에머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짐 조던 의원을 의장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강경파 팀 버쳇 하원의원도 “(매카시 의장 대신) 앞에 나서서 일할 사람은 많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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