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언젠가 죽인다”… 尹정부, ‘악성민원’ 뿌리뽑는다

살해위협 받아도 속수무책 공무원들
행안부, 민원처리법 개정안 검토 착수
무의미한 반복민원 제한 근거 마련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민원 응대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이모(29)씨는 최근 민원인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았다. 주민등록증에 쓸 사진으로 2년 전 증명사진을 들고 온 민원인에게 ‘최근 6개월 이내 촬영된 사진이어야 한다’고 안내하자 그가 불같이 화를 내며 “흉기로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이 민원인은 그다음 날에도 재차 찾아와 “언젠가 살해할 것이니 조심하라”고 말했지만 이씨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공무원 사회에서 갑질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악성민원 근절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4월 개정 시행된 민원처리법을 다시 개정해 공무원을 괴롭히기 위한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민원 제한을 검토하고 악성민원인 처벌 근거 마련 등에 나선다.

행안부, 민원처리법 개정 검토
2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민원처리법) 개정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개정된 민원처리법이 통과돼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보다 더 실효적인 공무원 보호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우선 각종 규정에서 정하는 ‘악성민원’의 정의와 유형을 구체화한다. 현행법을 보면 악성민원에 대한 별도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지자체 등에서는 내부적으로 민원요지 불명, 반복·억지 민원, 정서학대 민원, 업무방해 민원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눠 관리하는 실정이다.

반복·억지 민원 차단
무의미한 반복민원을 차단할 근거도 마련한다. 현재 욕설이나 폭행, 성희롱 등 명백한 위법행위는 제재할 수 있지만 교묘하게 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의 반복민원은 ‘정당한 권리 행사’로 간주돼 방지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민원인은 구청·주민센터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본인이 원하는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몇 번에 걸쳐 무의미한 ‘민원 폭탄’을 넣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무원 노조)이 지난 6일 발표한 ‘공무원 악성 민원 실태 조사’를 보면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요구받았다’는 응답이 67%, ‘적절한 응대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인 민원 제기를 받았다’는 응답이 66.6%로 나타났다.

공직사회 목소리 반영… 7개월 만에 재개정 검토
정부가 민원처리법을 다시 개정하기 위해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은 마지막 개정안이 지난 4월 시행된 지 7개월여 만이다.

그간 강화된 법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에 대한 갑질과 이에 따른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정부가 보다 강한 조치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기존 민원처리법은 민원처리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디캠(영상녹화장치), 호출장치, 음성안내장치 등을 부착도록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일선 공무원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원응대 공무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각급 지자체와 노조, 미디어 등에서 제기된 요구사항을 반영해 종합적으로 민원 응대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공무원은 노동자 신분이 아닌 만큼 감정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적어도 악성·갑질성 민원으로부터는 공무원들이 보호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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