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한 일, 일기장에 적어줘”… 교사의 요청, 아동 학대?

경남교육청, 갑질 의혹 교장과 피해 교사 동시 수사 의뢰 논란
교장 “예쁘면 민원도 없다” 등 발언 의혹

국민일보 DB

경남교육청이 최근 불거진 한 초등학교 교장의 갑질 의혹과 관련해 ‘정서적 아동 학대 의심’으로 피해 교사까지 함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 대해 누리꾼들이 거센 반발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해당 교사가 학급 학생들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일기장과 편지에 적도록 한 정황이 나왔는데, 이를 ‘정서 학대’로 간주하는 것은 피해 교사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경남교육청 웹사이트 ‘교육감에게 바란다’ 창구에는 경남 양산 ○○초 갑질 사건에 대해 교장의 엄벌을 촉구하는 게시물이 1000건 가까이 올라와 있다. 게시물을 보면 갑질 의혹을 받는 교장뿐 아니라 교사의 정서 학대 정황까지 수사 의뢰한 경남교육청 처사에도 항의하는 내용이 많다.

앞서 지난 9월 부임한 20대 교사 A씨는 지난달 31일 한 교사 커뮤니티에 학교장의 갑질 행위를 폭로했다. A씨는 “학교장이 ‘요즘 애들은 선생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본다. 예쁜 선생이면 민원도 없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가르치던 학생이 친구들 뺨을 때린 문제가 있었다. 학부모 면담을 요청했더니 교장이 직원 회의에서 ‘신규는 경험이 없어 종종 학부모 민원을 받는다’고 힐난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교장이 A씨의 경력을 칠판에 공개적으로 적은 뒤 학생들에게 “A교사의 경력이 짧아 너희들이 고생한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남교육청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교장 갑질 사안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 “피해 교사가 피해 사실을 학생들의 일기와 편지에 적도록 했다는 정황이 접수됐다”면서 A씨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다만 해당 정황에 대해 “감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의 초등학교 교장 갑질 의혹과 관련해 21일 경상남도교육청 웹사이트 '교육감에게 바란다'에 쏟아진 항의 게시물. 웹사이트 캡처

일부 누리꾼들은 아이들에게 피해 사실을 적어달라는 교사를 정서적 아동학대로 수사 의뢰하는 것은 2차 가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모씨는 “피해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달라고 한 게 무슨 정서학대의 정황이란 말인가”라고 적었다. 앞서 교장이 학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A씨를 모욕했기 때문에 이를 목격한 아이들에게 해당 사실을 글로 말해 달라고 한 것을 아동 학대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작성자 정모씨는 “담임 교사를 학교 폭력 가해자로 신고하면, 증거 수집을 위해 교사를 제외한 설문 조사를 하게 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경우에도 설문을 실시한 부장 교사는 아동학대 범죄자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경남교육청 게시판에는 “갑질 피해 교사를 보호해달라” “교권 확립을 위해 이중적인 태도를 멈춰라” “신규 선생님에 대한 가해를 멈춰달라” 등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맨 처음 교장이 학생들에게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교사가 피해 사실을 학생들 일기와 편지에 적도록 했다는 정황도 접수됐다”며 “감사의 공정성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수사 의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수사 의뢰로 아동학대 의심 행위와 그 밖의 교직원에 대한 추가 피해 등 구체적인 사실 관계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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