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생 100주년 맞아 시·소설 등 묶은 ‘문학선집’ 출간

국정교과서에도 실렸던 명수필 '보리'의 작가 한흑구(본명 한세광·1909∼1979).

그는 우리 문단에서 특이한 존재이다. 1930∼40년대에 시, 소설, 수필, 평론, 미국 문학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노년에 펴낸 수필집 '동해산문'(1971)과 '인생산문'(1974)으로 인해 수필가로 알려져 왔다.

그의 시는 직선적이고 남성적이었으며 민족의식이 강하게 드러난다. 소설은 미 대공황의 후유증과 흑백 인종차별 문제, 한국 고학생들의 비애 등 당시 문단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 독특한 소재를 담아냈다. 흑인시도 많이 번역했다. 미국 유학 경험에서 비롯된 활동들이었다.

근대 문학사에서의 독특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런 활동들은 오늘날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단의 주류에서 비켜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문단의 주류들은 '일본 도쿄 유학-서울에서 활동'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었지만 그는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평양에 둥지를 틀었다. 또 신문이나 잡지 등에 작품을 발표했고, 단 한 권의 작품집도 내지 않았다. 해방 후에는 월남해 미 군정청 통역관으로 지내다 48년 포항에 둥지를 틀었다. 중앙문단을 등진 영원한 아웃사이더였던 셈이다.

그러나 한흑구 탄생 100주년을 맞는 올해 그의 문학적 지위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포항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한흑구탄생100주년기념사업위원회는 민충환 부천대 교수가 발굴한 그의 시 40편, 소설 15편, 평론 8편 등을 묶은 한흑구문학선집을 최근 출간해 근·현대 문학 연구자들에게 배포했다. 기념사업위원회 이대환 위원장은 12일 "선집은 한흑구의 작품들을 망라한 최초의 책"이라며 "텍스트 자체가 부재했던 한흑구 문학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념사업위원회는 또 오는 18일 포항 포은도서관에서 '한흑구의 문학세계'라는 주제로 문학강연을 열고, 19일에는 한흑구문학선집출판기념회, 20일에는 한흑구 문학비 기행과 문학연구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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