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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스피릿’을 극복하라… 사역 지침서 발간 김민정 목사

‘두꺼비 스피릿’을 극복하라… 사역 지침서 발간 김민정 목사 기사의 사진

한국교회에서 여성 전도사로 살아 남으려면

'한국교회에서 여전도사로 살아남기.' 도발적인 이 문장은 지난달 출간된 기독교 서적의 제목이다.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교회에서 여성 사역자로 살아남기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도발적인 책을 쓴 이는 개척교회 사모로 10여년간 사역하다 뒤늦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김민정(46) 목사다.

모태신앙으로 자란 그는 20대엔 의상 디자이너, 결혼한 뒤로는 두 아이의 어머니와 목사 사모, 찬양 리더와 어린이집 원장, 대학 강사 등의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의 자리를 고민해 왔다.

한세대에서 선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분당 우리교회에서 새가족부 담당 전도사로 사역을 했고, 초교파 독립교단(KICAM)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목회 컨설팅을 전공한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교환 연구자로 지냈고, 현재 미국에서 저술 활동을 펼치며 향후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를 이메일과 국제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먼저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궁금했다. 그는 16일 "사역을 하면서 여성 사역자로서 온전하게 자리매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한계를 많이 느꼈다"면서 "이런 환경 개선이 쉽지 않다면 스스로라도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는 무엇보다 여성을 한 사람의 지도자로 인정하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며 "성례나 장례 등 (목회자의) 기능적인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여성의 지도력 자체에 대한 불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 사역자들이 지도자의 위치에 앉아 볼 수 없기 때문에 능력 또한 검증받지 못하는 현실의 악순환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환경만 탓해 봐야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에 먼저 여성 사역자들이 능력을 키워서 신뢰를 얻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의도에서 책을 썼다는 설명이다.

김 목사는 무엇보다 여성들 스스로 '왜곡된 순종, 길들여진 본성'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순종은 결코 순리대로 얌전히 사는 것이 아니다"라며 "순종만큼 도전적이고 모험적이며, 강한 믿음을 요구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길들여진 본성을 순종이라 생각하며 안일하게 나 자신과 후배들까지 길들이는 것은 순종이 아니라 안일함이라는 것이다.

자연스레 여성을 보조자로 인식하는 것 역시 성경적이지 않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그는 "여성을 보조자로만 보는 것은 잘못"이라며 "특히 여성 스스로 자신을 보조적 인생으로 낙인 찍고 그것이 겸손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사역자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은 너무 귀하고 아름다운 일이기에,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을 하찮게 여기고 자신의 역량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여성 사역자들이 '두꺼비 스피릿'을 극복하고 '창조적인 사역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두꺼비 스피릿은 어릴 적 들은 '콩쥐팥쥐' 얘기에서 시작된 그의 사역관이다. 밑동이 깨진 항아리에 물을 채우지 못해 콩쥐가 울고 있을 때 두꺼비가 자신의 몸으로 구멍을 막아서 물을 채웠던 것처럼, 김 목사 역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채우는 두꺼비와 같은 존재가 되겠다고 기도해 왔다는 것.

하지만 이는 마치 남자 사역자들이 할 수 없는 일을 메워주는 것이야말로 여성 사역자들의 일인 것처럼 여겨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따라서 그는 밑동이 깨진 항아리라는 한 귀퉁이가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여성 사역자의 자세라며 철저히 하나님의 소명 앞에 설 것을 당부했다.

특히 교회 일은 신체적인 것보다 영적이고 인격적인 일이 훨씬 많기에 인간으로서 여성이 감당하지 못할 일들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는 "여성 사역자들의 한계나 부정적인 경험 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남성 사역자들을 통해서도 겪었을 일을 '여자는 안돼'라는 식으로 낙인 찍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담임 목회자들에게 '여자여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못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얼마나 많은 여성 사역자들이 복음을 전할 기회, 사역할 기회를 얻기 위해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지 돌아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의 메시지는 결코 남성들과 싸우거나 경쟁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는 오히려 "남성 사역자들을 뛰어넘고 싶다거나, 그들을 나의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김 목사는 "나 스스로를 여성이 아니라 '인간'으로 생각하고 살았다"면서 "그래서 더 불평등을 느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남녀를 떠나 하나님 앞에 부름을 받은 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동등하게 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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