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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피케티] “韓 소득 불평등, 日보다 가팔라… 해법은 누진적 부유세”

‘피케티 신드롬’ 주인공이 보는 한국

[한국에 온 피케티] “韓 소득 불평등, 日보다 가팔라… 해법은 누진적 부유세” 기사의 사진
토마 피케티 교수는 오래전부터 상위계층에 부가 집중된 소득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 왔다. 미국 MIT 교수,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2000년부터 파리경제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출간된 ‘21세기 자본’으로 큰 유명세를 얻었다. 이날 강연회에서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새로운 인식 지평을 연 혁명”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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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선 젊은 경제학자는 구김이 많이 간 면바지에 수수한 재킷 차림이었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43) 파리경제대 교수가 19일 방한했다. 그는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세계지식포럼 사전행사로 마련된 ‘1%대 99% 대토론회’에 참석, 전 세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저서를 소개하고 국내외 학자들과 토론을 벌였다. ‘피케티 열풍’을 방증하듯 많은 청중이 자리를 메웠다. 피케티는 “경쟁과 세계화의 논리에 동의한다”면서도 “자본주의의 의미는 결국 불평등을 줄이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일본·유럽보다 불평등 심화 속도 심각”=피케티는 자신의 작업이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과거를 설명하는 것”이라며 역사적 교훈을 통해 불평등 극복 방안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대한 통계를 토대로 지난 3세기에 걸친 20여개국의 부와 소득 집중 원인을 따졌다. 결론은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돌기 때문에 부의 집중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의 속도보다 빨라 부익부빈익빈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피케티는 임금 분야에서도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유럽, 일본 상장사의 임원들에게 부여되는 고액 보수체계와 상장사의 실적을 분석했다”며 “임금 1000만 달러가 임금 100만 달러보다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지 살펴봤지만 충분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불평등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특정 시점을 넘어서면 불필요하다”고 요약했다.

그는 양극화 해법으로 가파른 ‘누진적 부유세’와 글로벌 자본세를 제안했다. 한국의 소득분배 현실에 대해서는 “미국보다 빠르지는 않지만 일본과 유럽보다는 빨리 소득 불평등이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상황에 적용 못할 연구”=피케티에 대한 국내외 경제학자들의 반론도 만만찮았다. 포문은 레이거노믹스에 참여하기도 한 우파 경제학계의 거두 로런스 코틀리코프 미국 보스턴대 교수가 열었다. 그는 “부유층이 세습으로 불평등이 상승한다는 가정이 있겠지만 극단적”이라고 논박했다.

국내 학자들은 피케티의 연구가 우리나라 상황에 꼭 연결시키기 어려운 과격한 주장임을 강조했다. 최근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물러난 조원동 중앙대 석좌교수는 “2000년대까지 한국에서 자본수익률은 경제성장률보다 낮게 나타났다. 최근에는 자본수익률이 높아졌지만 확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반박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재벌기업들이 파손됐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다. 이론대로라면 자본소득이 감소해야 마땅한데 불평등은 심화됐다”며 피케티의 이론을 선진국보다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피케티는 “한국은 최상위계층의 한계세율이 크게 감소했고, 개발도상국이긴 하지만 부유한 개도국”이라며 재반박했다.

피케티 일문일답

토마 피케티 교수는 국내에서 ‘21세기 자본’ 한국어판이 출간되기 전에 영문판을 구해다 읽는 등 열풍이 일고 있는데 대해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19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경제 상황을 잘 모른다며 겸손해 하면서도 소신 있는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의 소득격차 문제를 어떻게 보나.

“한국은 수십년간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지만 영원히 5%대 성장을 하긴 어려울 것이다. 고성장이 불가능하다면 소득과 부의 불평등 문제를 우려하게 될 것이다. 기업의 과도한 잉여금에 과세를 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교육 투자로 효과적인 부의 재분배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말한 포용적 교육 제도가 무상교육을 포함하는 개념인가.

“소수 엘리트가 아닌 모든 이에게 교육 기회를 줘야 한다. 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사교육비 지출이 상당히 높다. 정부가 이 부분을 투자하면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다.”

-오늘 한국의 보수주의 학자들이 강하게 비판했다.

“100%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 책은 아니다. 독자들이 스스로 결론을 짓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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