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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판이 깨지는 건 ‘파토’가 아니라 ‘파투’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판이 깨지는 건 ‘파토’가 아니라 ‘파투’ 기사의 사진
화투(花鬪). 추석 같은 명절에 여럿이 모이면 놀이 삼아 하는데, 재미로 치면 이만한 게 드물고, 가정파탄 패가망신의 미끼로 봐도 무방한 화투. 놀이로 나서 노름으로 크는 숙명 같은 속성을 가졌지요.

화투는 열두 달을 표현한 그림딱지입니다. 정월은 솔, 2월은 매화, 3월은 벚꽃, 4월은 등나무, 5월은 난초, 6월은 모란, 7월은 홍싸리, 8월은 공산명월, 9월은 국화, 10월은 단풍, 11월은 오동, 12월은 비(雨, 우). 화투는 조선 말 일본이 우리를 막 집적댈 때쯤 들어와 왜색(倭色)의 낙인을 받으며 퍼졌지요. 여하튼 상대의 패도 추리해야 하는 등 고도의 두뇌게임인 건 분명하고, 이젠 놀이를 넘어 치매 예방 같은 정신건강의 도구로 인정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 스리고 했다. 파토 낼 생각 하지 마.” “아내 몰래 골프여행 가기로 친구들과 작당했는데, 입이 싼 애 때문에 파토났어.”

파토가 아니라 파투(破鬪)입니다. 화투 놀이에서 장수가 부족하거나 순서가 뒤바뀔 경우 일어나지요. ‘화투판이 깨져’ 무효가 된다는 뜻에서 일이 어그러졌거나 흐지부지됐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파투는 우연히 일어나는 게 보통인데 결정적으로 불리한 쪽이 고의로 저질러 일어나기도 합니다. 남과 북이 갈라진 뒤 밟아보지 못한 길을 지금 가고 있지요. 이유 불문 이 판이 깨지는, 파투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기회라는 게 자주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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