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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크고 작은 파도치듯 곡절 많은 ‘파란만장’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크고 작은 파도치듯 곡절 많은 ‘파란만장’ 기사의 사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오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어른들이 자꾸 돌아가셔서 안타깝습니다.” 파란만장(波瀾萬丈)은 사람이 살아가거나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 곡절과 시련이 많다는 말입니다.

波瀾은 ‘잔물결과 큰 물결’을 뜻하는데, 크고 작은 파도에 빗대어 순탄하지 않고 어수선하게 계속되는 여러 어려움이나 시련을 일컫는 말로 쓰입니다. ‘파란을 겪다’ ‘여야 대치로 국감에서 파란이 일었다’처럼.

萬丈은 ‘1만 장’. 丈은 1자(尺, 척)의 10배 즉, 약 3m에 해당하니 1만 장은 3만m쯤 되겠네요. 丈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천 길 낭떠러지’에 쓰인, 사람의 키 정도 길이를 뜻하는 ‘길’과 같은 말이기도 합니다. 丈은 썩 높거나 길거나 대단함을 이를 때도 쓰지요. ‘백발이 삼천 장, 시름이 깊어서 이리 길어졌겠지(白髮三千丈 緣愁似箇長, 백발삼천장 연수사개장)’.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거울에 비친 늙어버린 자기 모습을 보고 읊은 시 일부인데, 세태 번민에 한동안 이발을 못 했더니 머리가 어느새 삼천 장이나 길었다는군요. 과장이 萬丈입니다. 일이 뜻대로 돼 우쭐해하는 기세가 대단하다는 뜻 기고만장(氣高萬丈)에도 ‘만장’이 들었습니다.

파란만장은 파도가 만 길 높이 인다는 말로, 살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고달프다는 뜻이겠습니다. 어디 파란만장하지 않은 삶이 있을까요. 그 가운데 깨닫고 지혜를 얻어 만장의 파란도 헤쳐 가는 게 인생일 겁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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