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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삶아서 물기를 뺀 고기(熟肉·숙육) ‘수육’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삶아서 물기를 뺀 고기(熟肉·숙육) ‘수육’ 기사의 사진
하얀 채소라는 뜻의 백채(白菜)에서 이름을 얻은 배추로 요즘 김장을 합니다. 겨우내 먹기 위해 한꺼번에 김치를 많이 담그는 게 김장이지요. 김장은 침장(沈藏)이 변한 말인데, 물에 담가(沈) 저장(藏)한다는 의미입니다. 허리 빵빵한 배추를 쩍 갈라 절여서 씻고, 여러 가지 양념을 버무린 소를 숨죽어 늘어진 배추 속 여기저기에 넣고 바르고 합니다. 말이 쉽지 김장은 일 많고 고된 작업입니다. 이웃 간에 손을 나누는 이유이지요.

막 담근 김장김치에 딱 어울리는 음식이 있는데, 덩어리고기를 삶아 썩썩 썬 ‘수육’입니다. “이 집 수육 좀 퍽퍽하지. 수육은 물기가 자작자작해야 하는데….” 수육이 수육(水肉)인 줄 아는 이들이 안주로 시켜놓고 하는 소리 같습니다. 수육은 숙육(熟肉)이 변한 것으로 ‘삶아내어 물기를 뺀 고기’를 이르는 말입니다. 김치를 얹어 크게 한입 하면 그만이지요.

熟은 ‘익(히)다’ ‘익숙하다’의 뜻을 가졌고 숙성(熟成) 능숙(能熟) 숙련(熟練) 등에 들었는데 밑에 불(火, 화)이 붙었지요. 수증기의 蒸(찔 증),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도 필요 없어 주인에게 삶아 먹히게 된다는 뜻 토사구팽의 烹(삶을 팽) 등에도 불이 붙었습니다. 오징어숙회 같은 ‘숙회’는 뭘까요. 육류의 내장이나 생선같이 상하기 쉬운 것을 살짝 익힌<熟> 음식을 이르는 말입니다. 肉은 끈으로 묶어 들고 있는 고깃덩이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양의 글자이지요. 위에 손잡이도 보이고.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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