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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음식의 맛과 멋을 내는 고명 같은 외딸 ‘고명딸’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음식의 맛과 멋을 내는 고명 같은 외딸 ‘고명딸’ 기사의 사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지요. 그래서 대개 음식의 모양과 빛깔을 돋보이게 하고 맛을 더하기 위해 ‘고명’을 얹거나 뿌립니다. 버섯이나 실고추, 대추, 깨소금, 김가루 같은 것을 쓰는데 흔히 볼 수 있는 게 ‘지단’이지요. 달걀을 얇고 노릇하게 부쳐 채 썰거나 해서 얹습니다. 곧 먹을 수 있는 설 떡국에도 예쁘게 올려질 테지요. 지단은 중국 사람들이 계란을 이르는 鷄蛋(계단)에서 비롯된 말로, 그쪽 발음이 ‘지단’입니다. 蛋은 동물의 알을 이르는 글자로 ‘알 흰자위 물질’이란 뜻의 단백질(蛋白質)에 들었는데, 알 흰자위에 단백질이 많다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이제는 지단보다 ‘알고명’이란 예쁜 말을 써 보세요.

아들 많은 집의 외딸을 ‘고명딸’이라고 하지요. 고명딸은 음식의 고명에 딸이 붙은 말로 아들만 있는 집에 고명처럼 분위기를 돋워주는 등 집안의 맛을 내는 딸이라는 뜻입니다. 옥이야 금이야 키운 고명딸을 시집보내려니 아까워서 쩔쩔매는 아버지들을 볼 때마다 내 일처럼 짠했습니다.

고명딸이 있으면 마땅히 ‘고명아들’도 있어야 할 일입니다만 아쉽게도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남아 선호의 폐습으로 첫째부터 딸을 여럿 낳으면 아들을 볼 때까지 낳고, 처음부터 아들 몇을 보면 딸이 없어도 그만인 세상이었으니 고명아들이 더 많았을 터인데, 고명딸만이 말로서 자리를 잡은 건 아마도 외딸을 보기 좋은 고명 정도로 보던 아픈 흔적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자식을 적게 낳는 세상에 고명 아닌 딸, 아들이 없지요. 형제든 남매든 자매든 서로 고명처럼 빛내주면서 여럿이 어울려 사는 집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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