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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옛말이 ‘낳’인 ‘나이’는 낳음을 받아 산 햇수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옛말이 ‘낳’인 ‘나이’는 낳음을 받아 산 햇수 기사의 사진
얼른얼른 나이 먹어 어른이 되면 세상 좋을 것만 같아 안달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설날 끼마다 떡국을 두어 그릇씩 먹어보기도 했던 것인데, 오산이었습니다. 어른들이 하지 말래서 그토록 하고 싶었던 것들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나이가 돼서야 깨달았습니다. 그게 아니라는 걸. ‘나이’는 사람이나 동식물 등이 세상에 나서 살아온 햇수를 이르는 말이지요. 나이 들었음을 ‘연식이 좀 됐다’고도 하는데, 연식은 자동차 같은 年式이 아니라 밥 먹은 햇수란 뜻의 年食입니다. 나이의 옛말은 ‘낳’입니다. ‘내 나히 열힌 저긔….’ 세종 때 출간된 ‘석보상절’에 나오는 구절로 ‘내 나이가(낳이) 열인 적의(에)’라는 뜻입니다. 엄마 몸 밖으로 내놓는다는 뜻 ‘낳다’와 관련 있어 보이는 말로, 그렇게 낳음을 받아 산 햇수가 나이이겠습니다.

나이는 ‘세’와 ‘살’로 세지요. 歲(세)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인 ‘해’로 한자어 수 뒤에 쓰이고, 살은 옛말 ‘설’이 변한 것으로 고유어 수 뒤에 쓰입니다. 세나 살을 ‘才(재)’라고 적는 이들이 있는데 당장 버려야 할 일제 잔재입니다. 그들이 歲를 쓰려니 꼴이 복잡해 발음(さい, 사이)이 같은 才를 갖다 쓴 것으로 나이와 하등 관련 없는 글자입니다. 아이가 돌이 되면 만으로 1살이라 하고 현재 우리만 쓰는, 태어난 해를 1년으로 치는 ‘세는나이’로 2살이라 하지요. ‘세는나이’엔 엄마가 수태한 때부터 생명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재질 좋은 나무 나이테들처럼 나이 드는 건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거랍니다. 빛깔 좋고 향기 깊은 과일처럼.

서완식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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