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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남을 깎아내려 헐뜯는 ‘폄훼’

남을 깎아내려 헐뜯는 ‘폄훼’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남을 깎아내려 헐뜯는 ‘폄훼’ 기사의 사진
‘폄훼(貶毁)’. 요즘 눈만 뜨면 보이고 들리는 글자이지요. 살면서 별로 쓸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쓰고 싶지도 않은 말입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한 사람들로 인해 본의 아니게 불려나온 이 폄훼는 남을 깎아내려 헐뜯는다는 말입니다.

貶은 ‘폄하다’ 꼴로도 쓰이는데 남을 나쁘게 말한다는 뜻입니다. 원래 관직을 깎아 낮춘다는 의미를 가졌지요. 직위를 강등해 재물(貝, 패) 즉 살림을 궁핍하게(乏, 핍) 한다는 의미가 들었습니다. 毁는 남을 헐뜯어 말한다는 뜻의 글자로 어떤 목적 아래 타인을 비방하는 것입니다. 인격을 훼손(毁損)하는 행위이지요.

폄훼는 자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남에 대해 나쁘게 말하고 헐뜯어 그의 체면, 명예를 손상시키는 짓입니다.

폄훼와 폄하(貶下)의 차이는 뭘까요. 폄하는 남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입니다. 원래는 치적이 좋지 않은 수령을 하등(下等)으로 끌어내린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이 사람은 이런저런 이유로 수령으로 있어선 안 되기 때문에 좌천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순기능을 하던 폄하에 악의가 끼어들면서 남을 비방하는 방편으로 변질돼 지금처럼 부정적으로 쓰이는 듯합니다. 폄훼는 폄하보다 상대를 물어뜯는 정도가 심하다고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참전한 게 대수인가. 나도 나라에 충성했다고’라고 한다면 국가유공자를 폄하하는 것에 가깝겠고, ‘국가유공자? 그게 무슨 대단한 거라고. 아까운 세금이나 축낼 뿐이지’라고 한다면 폄훼라고 할 수 있겠지요.

남을 깎아내릴수록 자기가 더 높아지는 줄 아는 이들을 봅니다. 사람이면 마땅히 갖춰야 할 품성이 결여된 인간 하등이라 하겠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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