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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기 때문에 ‘미스터치 없는 연주’는 없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쇼팽 녹턴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 간담회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5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후배 피아니스트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빈체로 제공

“‘미스터치(Misstouch)’ 없는 연주는 없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건반을 잘못 누르는 일은 있기 마련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피아니스트 백건우(73)가 5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쇼팽 녹턴 음반 발매 기념 전국 순회 리사이틀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7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연주 때 있었던 미스터치 지적에 대한 답이었다.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거장 반열의 피아니스트가 자기 실수를 순순히 인정하는 것이 적잖이 놀라웠다. 그는 이어 미국 줄리아드 음대 재학 시절의 은사 로지나 레빈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시종 낮고 조용한 목소리였다.

백건우는 “레빈은 수업 전에 늘 요즘 어떻게 지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꼭 물었다. 학생의 연주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고 했다. 은사는 늘 연주를 전체적으로 듣도록 가르쳤던 모양이다. “스승은 누군가의 연주를 평가할 때 어떤 미스터치를 들었다고 하면 이렇게 말했다. ‘넌 연주를 들은 게 아니라 미스터치만 들었구나’라고. 전체 연주에서 미스터치는 중요한 게 아닐 수 있다”고 했다. 그 순간, “미스터치 없는 연주는 없다”는 말이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실수 없는 인생은 없다’로. 그의 연륜이 묻어났다.

백건우는 그동안 프로코피예프 라벨 리스트 무소륵스키 라흐마니노프 등 다양한 앨범을 녹음했고, 한 작곡가의 작품을 전곡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쇼팽 녹턴 전집을 택했다. 그는 “쇼팽 야상곡은 어릴 때부터 많이 쳤지만 뭔가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늘 남아 있었다. 숙제를 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번에 야상곡 악보를 보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발견했다”며 “쇼팽은 큰 홀보다 살롱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듯 조용히 연주하는 걸 좋아했다. 나도 그런 걸 재현하고자 많이 노력했다. 쇼팽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야상곡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리사이틀은 12일 마포아트센터를 시작으로 다음 달 20일까지 강원도 춘천문화예술회관, 대구 봉산문화회관, 부산 금정문화회관 등 전국 11개 도시에서 열린다. 백건우는 지방 공연과 관련해 “문화는 모든 사람의 권리다. 그것을 제공하는 건 예술가의 의무다. 음악을 느끼고 듣고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예술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긴 세월 예술가로 살아온 그의 품격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번엔 음반 자체가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녹음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1972년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가진 라벨의 독주곡 전곡 연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93년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 녹음으로 디아파종상을 수상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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