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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하는 ‘물의(物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 불법한 수단을 써서 이기적으로 살거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짓을 하다 걸려 수사기관에 불려나온 이들이 상투적으로 하는 소리입니다. ‘물의를 일으키다’, 무슨 뜻일까요. 물의(物議)는 어떤 사람이나 단체의 처사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논평하는 것입니다.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요. ‘물의를 일으키다’ ‘물의를 빚다’처럼. 물의를 일으킨다는 뜻은 세상 사람들이 이러니저러니 한마디씩 논평하고 평의하는 상황을 만들어 사회를 시끄럽게 한다는 뜻입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안 해도 될 생각이나 걱정을 하도록 해서, 즉 심려를 끼쳐서 죄스럽다는 의미이겠지요. ‘物議’ 글자 자체에는 나쁘다는 의미가 없는데, 물의를 일으킨 것은 괜히 여러 사람에게 쓸데없는 데 신경 쓰게 했다는 의미에서 부정적으로 쓰이는 것입니다.

物은 대개 물질, 물건으로 알지만 ‘물의’에서처럼 세상 만물 즉 온갖, 많은 등의 뜻도 가진 글자입니다. ‘장관 후보 물망에 오르다’처럼 쓰는 물망(物望)은 ‘여러 사람’이 우러러본다는 뜻인데 이 物도 物議의 物과 의미가 같습니다. 議는 올바른(義) 결과가 나오도록 여럿이 말한다(言)는 뜻을 가진 글자이지요. 평의, 즉 의견을 나누면서 평가, 의논한다는 뜻입니다.

인간은 어설픈 존재여서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전(改悛,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바르게 고쳐먹음)의 정을 보이면 용서받기도 하는 것이지요. 요즘 어느 종교인이 말을 막 해서 물의를 일으킨다지요.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는데….

서완식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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