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에어비앤비' 열자 손님 대신 경찰이 찾아왔다

[‘혁신’ 아닌 ‘현실’ 성장 필요하다] ①혁신성장의 현주소, 남상준 대표의 희망과 좌절

남성준(45) 다자요 대표가 지난 1일 서울역 인근 커피숍에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답답한 현실을 토로하고 있다. 다자요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독채 민박으로 제공하는 숙박 공유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 남 대표는 규제에 가로막혀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윤성호 기자



시골 빈집 활용한 숙박공유 사업, ‘규제의 벽’에 부딪혀 좌절

문재인정부가 2017년 7월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경제 번영을 가져올 3개 엔진 가운데 하나로 '혁신성장'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 흐름에서 새로운 산업, 새로운 경제를 과감하게 키우겠다는 선언이었다. 그 후 2년6개월. '혁신'은 '성장'과 거리가 먼 단어로 전락했다. 한국 경제는 신 산업, 미래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채 저성장의 터널로 빠져들고 있다. '혁신'은 '현실'에 뿌리 내리지도 못했다. 곳곳에서 기존 산업·규제와 충돌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3회에 걸쳐 혁신성장의 실태,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본다.

청천벽력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광효자’ ‘한국판 에어비앤비’라는 소리를 들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내걸면서 주목도 받았다. 아무도 살지 않는 시골의 빈집을 리모델링해 ‘독채 민박’ 서비스를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각광을 받을지 몰랐다. 심각한 인구 감소로 빈집이 늘고 있는 지방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한 덕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숙박 공유 서비스에 도전해보려고 고향 제주도로 내려와 창업한 지 5년째. 그동안 직원들과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 좌절을 끝내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게 발목을 잡았다. 지난 6월 갑작스레 경찰 조사를 받았다. 우리 회사 ‘다자요’의 빈집 프로젝트는 더는 영업을 할 수 없는 ‘불법’으로 전락했다. 혐의는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인 농어촌정비법 위반이다. 이 법에선 농어촌 민박을 하려면 집주인이 ‘같은 지붕’ 아래 살아야 한다.

답 없는 ‘규제의 굴레’

집주인이 살면 왜 빈집이 됐겠나. 어떻게 해야 독채 민박 사업을 다시 할 수 있을까. 탈출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5개 정부부처에서 관리·집행하는 24개 숙박업 관련법을 모두 뒤졌다. 어디에도 독채 민박이라는 이름의 공유숙박 사업 관련 법조항은 없었다. ‘법이 없어서 기존 민박의 틀에 맞추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창조경제나 혁신성장이나 간판만 바뀌었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규제하고 관리할 법이 없어 문제라면 법을 고치거나 만들어 달라고 외치고 싶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회의가 열렸다. 참석한 여러 정부부처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다자요가 받고 있는 규제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규제를 풀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럼 빈집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 전문가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 관계자는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게 뭔가요.” “지역의 빈집을 허물고 경로당 등을 짓는 겁니다.” 인구가 줄어서 사는 사람이 없어지는 마당에 경로당을 짓겠다는 건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공무원들은 이렇게 회의하고 결과물 없이 시간을 때워도 월급을 받겠지. 영업을 못하는 우리 회사는 당장 월급 줄 돈이 없어 직원 9명 중 2명을 떠나보내야 했는데. 또 1명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나마, 투자자들은 빈집 문제가 심각한 일본이나 이탈리아로 가서 사업을 해보라고 권한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지난 10월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을 했다.

‘혁신’이 말하는 ‘몰락’

지난 1일 서울역에서 만난 다자요 대표 남성준(45)씨는 지난 시간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규제의 벽에 부닥쳐 수도 없이 깨지고 부서졌을 텐데도 살짝 웃음을 띠었다. 3시간가량 얘기를 듣다보니 그 웃음이 체념에 뿌리를 둔다는 걸 깨닫게 됐다.

제주대 사범대를 졸업한 남 대표는 2000년부터 씨티은행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다 2005년 자영업에 발을 디뎠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차린 일본식 선술집은 꽤 잘나갔다. 한때 월 매출 8000만원을 찍었고, 2007년 강남구에 2호점을 내기도 했다. 다만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채워지는 일상은 행복과 거리가 멀었다. 가게 바닥에서 쪽잠을 잘 정도로 바삐 살았지만 수익은 줄기만 했다.

2015년 5월 남 대표는 가게를 정리하고 귀향과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숙박 공유업을 해보겠다는 뜻도 품었다. 3개월가량 준비기간을 거쳤고 ICT 개발자 4명을 고용했다.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다. 거대 자본력을 갖춘 숙박 공유 플랫폼 업체 ‘에어비앤비’를 따라잡기는 힘들었다. 그러다 2017년 지역사회에서 골칫덩이로 떠오른 빈집에 눈을 들렸다. 빈집을 활용한 숙박공유라는 아이디어는 제법 눈길을 끌었다. 크라우드 펀딩 업체 ‘와디즈’를 통해 2억원을 투자받았다. 1억원씩 들여 제주도 서귀포시 도순동의 빈집 2채를 리모델링했다. 10년간 민박을 운영한 뒤 집주인에게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도전, 체념을 불렀다

지난해 4월 독채 민박 플랫폼을 띄우자마자 반응은 뜨거웠다. 빈집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지방자치단체에서 100여건의 신청이 폭주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빈집은 142만9617채에 이른다. 운용하는 독채 민박은 4채로 늘었고 직원을 5명 더 고용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새로운 ‘관광 자원’이 생겼다면서 응원을 했다. 광고를 하지도 않았는데 가동률은 68%까지 치솟았다. 남 대표는 회사는 계속 적자였지만 희망을 봤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1년2개월을 해 온 사업, 혁신이라고 불리던 사업은 ‘규제의 벽’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졌다. 농어촌민박협회, 숙박업협회 등에서 다자요의 사업 방식에 반발하기도 했다. 반대 세력이란 장애물을 만난 점은 기존 혁신 스타트업인 카카오 카풀, 타다 사례와 닮았다. ‘혁신’의 이름을 단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비슷한 길에서 마주친다. 남 대표는 “규제는 시대와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며 “시행착오야 있겠지만 (규제가) 씨앗 자체를 뭉개버리면 어떻게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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