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두 얼굴… 새로운 먹거리인가 기존 질서 파괴인가

[‘혁신’ 아닌 ‘현실’ 성장 필요하다] ②-1 성장과 혁신의 간극


‘혁신’ 논쟁에는 항상 ‘규제’가 따라붙는다. 낡은 규제가 신산업을 막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는 한 사회가 오랜 경험을 축적해 만든 일종의 약속, 규칙이다. 사회 구성원 보호라는 탄생의 이유도 있다. 이에 따라 혁신과 규제를 무조건 ‘선악’으로 구분하기보다 새로운 기술이 다른 방식으로 사회 구성원을 보호할 수 있는지, 기술에서 낙오되는 계층에 대한 배려가 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보다 ‘규제 합리화’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현재 타다가 휘말려 있는 ‘소용돌이’도 혁신과 규제를 축으로 한다. 타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승객과 차량·기사를 연결한다. 타다에 ‘불법 꼬리표’가 붙은 배경에는 기존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타다 서비스는 택시와 비슷하지만, 기존 시장에서 형성된 ‘면허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업체는 ‘연결자’ 역할을 강조할 뿐이고, 기사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다. 기사들은 자영업자로 보지만, 일을 시킬 때엔 근로자로 취급해 노동법의 권리 보장을 피해간다.

이 때문에 타다 논란은 ‘혁신이면 기존 사회의 규칙을 어겨도 되는가’로 연결된다. 타다를 옹호하는 측은 택시 시장에 자극을 줘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는 신산업을 위해 ‘낡은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편은 기존 규칙을 허물 만큼 혁신이 아니고, 혁신도 사회 구성원 보호를 위한 규제를 지켜야 한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 규제를 바꿀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장은 10일 “누군가의 안전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 규제 개혁이 필요한가, 기술로 극복 가능한 것인가 등을 검토해 ‘완화’보다 ‘합리화’로 접근해야 한다”며 “포용적 혁신, 성장 단계별 적용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이 그동안 기존 규제가 해왔던 사회적 보호를 이어갈 수 있을지를 살피고, 혁신이 이걸 대신할 수 있다면 규제를 없애거나 조정하자는 취지다.

여기에다 낙오자 배려도 필요하다. 혁신의 다른 이름은 ‘파괴’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기존 시장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다. 피해를 보는 이들을 혁신에 따르지 못하는 낙오자로 치부할 수 없다. 특히 최근 혁신의 흐름은 ‘기술 혁신’보다 기존 고객을 새로운 방식으로 공략하는 ‘서비스 혁신’에 무게중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 택시업계, 배달시장 등 서비스 업종에는 취약계층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나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내몰리는 이들을 보호하는 ‘포용적 혁신’을 강조한다.

비용 절감도 고민이다. 타다가 면허를 취득하지 않고, 노동법을 피해가는 배경에는 ‘비용 절감’이 도사리고 있다. 신생 벤처기업이 투자 등을 받으며 성장하려면 초기에 큰 비용을 투입하기 쉽지 않다. 이에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경제·사회적 비용 절감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무조건 지원이 아니라 성장 단계별로 규제를 차등 적용해 비용 절감을 지원사격하자는 것이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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