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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벽 못넘는 신기술… ‘원격의료’ 20년째 헛바퀴

임상의사 수 OECD 최저 수준… 도입 필요성 높지만 의사들 반발


신기술 개발은 혁신성장을 현실에 뿌리내리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기술이 개발돼도 ‘기득권’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성장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원격의료’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그래서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이 높지만, 의사들 반발로 가로막혀 있다. 때문에 혁신이 가져올 ‘창조적 파괴’의 전 단계에서조차 동력이 실리지 않는다면 혁신성장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내년 경제부문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원격의료’가 검토되고 있다.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환자가 화상으로 진료·처방을 받는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는 지난 7월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열고 강원도를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한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원격의료에 무게를 싣는 배경에는 한국의 의료 현실이 있다. OECD가 지난달 발표한 ‘2019 한눈에 보는 보건(Heath at a glance)’에 따르면 한국의 의료 인프라는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2017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3개로 OECD 평균(4.7개)을 훌쩍 넘어선다. 인구 100만명당 컴퓨터단층촬영(CT) 및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수도 각각 38.2대, 29.1대로 OECD 평균을 웃돈다.

반면 의사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2017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는 2.3명에 그친다. 오스트리아(5.2명)나 노르웨이(4.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방일수록 더 열악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대전·광주·대구·부산시 이외 지역은 2명이 채 안 된다. 세종시는 아예 0.9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원격의료 앞길은 험난하다. 의료계는 안전성을 문제 삼아 반대한다. 지방 병원을 더 열악하게 만들 수 있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2000년 원격의료 시범사업 이후 20년째 헛바퀴만 도는 이유다.

혁신성장을 현실화하려면 신산업과 기득권 간 충돌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온라인 강의가 생겼다고 교수 직업이 쇠퇴한 게 아니다. 혁신이 시장을 넓힐 수 있다는 점 등을 공론화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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