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엔 멸치와 고등어가 풍년, 1차산업 지도가 바뀐다

[신년특집] 2020 기후 변화

제주 연안에서 발견되는 아열대 어종인 아홉동가리.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조사 결과 지난해 제주 연안 출현 어종의 43%가 아열대성 어류로 파악됐다. 아래 사진은 제주시 오등동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노지 시험포에서 연구원들이 아열대 과수 가운데 하나인 올리브에서 열매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여름에 덥고 겨울엔 매우 춥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의 제주도, 남해안 일부는 이미 아열대 기후대로 진입했다. 1960년대 42일이던 한강 결빙 기간은 2000년대 14.5일이 됐고, 지난해 서울의 최고기온은 39.8도였다. 2009∼2018년 서울의 여름은 126일로, 1981∼2010년보다 10일이나 늘었다. 제주지역 해수면은 지난 40년간 22㎝ 상승했다. 이처럼 달라진 기후는 이미 우리나라 1차산업의 지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조기는 서해’ ‘방어는 제주’ 이젠 옛말

1970년대 연간 3만~4만t에 이르던 서해의 참조기 어획량은 40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동해의 명태는 국적을 바꿔달았다. 1970년대 최대 5만t에 달하던 연간 어획량이 2010년 들어 1~9t 수준으로 급감했다. 명태의 90%가 러시아산이다.

동해에선 한류 어종인 꽁치와 도루묵 소식이 뜸하고, 난류 어종인 멸치와 고등어가 풍년이다. 1970년 5만t 정도던 멸치 어획량은 2017년 21만t으로, 고등어는 3만t에서 21만t으로 대폭 늘었다.

학계에선 정착성 어종의 경우 남획이, 이동성 어종은 수온 변화가 이 같은 변화를 만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주 앞바다는 아열대 어종으로 채워지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연안 출현 어종의 43%가 아열대성 어류로 조사됐다.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청새치 제비활치류 보라문어 노랑벤자리 파랑쥐치돔 등 이름도 낯선 알록달록 온·아열대성 어종 출현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 앞바다에 이런 생소한 어종이 출현하는 건 해수 온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1968년 이후 50년간 우리나라 연근해역 표층 수온은 1.23도 올랐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표층 수온 상승 폭(0.49도)보다 2.5배 높다.

플랑크톤도, 농업작물도…아열대로

수온이 올라가면 플랑크톤도 변한다. 식물플랑크톤이 줄고 해양생물 수가 감소한다. 해수 온도 변화는 어종의 다양성 감소로 이어진다. 지난해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기후 변화에 따른 남해안과 제주 연안 어업인들의 체감 실태와 인식에 관한 연구’를 보면, 수온 변화를 체감하는 남해안·제주 연안 어업인이 92.6%였다. 독성 플랑크톤도 출현하고 있다. 열대지방에 분포하던 독성 플랑크톤이 우리 해역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기온 상승이 농작물 개화 시기를 앞당겨 과수 품질을 떨어뜨리고, 재배지 북상으로 생산 품종의 변화를 요구한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기온 1도 상승 시 농작물 재배한계선은 81㎞ 북상하고, 고도는 154m 상승한다. 참다래와 마늘은 재배 최적지가 기존 제주에서 20년 후 강원도 해안지대까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인 쌀은 기온 상승으로 단백질 함량이 증가하고 낱알 무게가 감소하며 미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후 변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폭등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고통으로 전가된다. 가뭄이 심했던 2016년 8월 고랭지 배추 가격은 10㎏ 상품 기준 1만3440원으로, 전년 동기 7500원보다 79% 상승했다.

기온 상승은 가축에게도 고역이다. 고온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돼지 수태율은 저하된다. 닭은 22.2도에서 32도로 갈 때 산란 수가 13% 감소한다. 젖소는 열대야 기간 우유 생산량이 8.5%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벼에 발생하는 줄무늬잎마름병(바이러스병) 피해 지역이 북상했고, 사과 복숭아 포도 콩 등에 피해를 주는 갈색여치 피해 지역이 2001년 충주 첫 피해에서 2006년 충북 전역, 2010년 충청도 전역으로 확대됐다. 포도 복숭아 사과 등에 악영향을 끼치는 주홍날개꽃매미 피해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속속 바뀌는 1차산업

기후 변화가 불이익만 주는 건 아니다. 벼 옥수수 맥류 감자 오크라 망고 감귤 등 고온성 작물 재배 지역이 증가했다. 저온 피해가 줄고 난방비가 절감된다.

제주는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에서 주로 생산되는 올리브의 노지 재배까지 가능해졌다. 파인애플 용과 구아바 아테모야 바나나 파파야 아보카도 패션프루트 등의 열대·아열대 과수도 재배한다. 망고 재배 면적은 2001년 7.1㏊에서 2015년 27.9㏊로 3배 이상 늘었다. 전남에선 유자 무화과 비파 석류 참다래 재배가 한창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국의 열대과수 재배 면적은 2010년 33.9㏊에서 2018년 314.3㏊로 10배 이상 늘었다. 2016년에는 강원도 정선에서 재배된 사과가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 대표과일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사과 재배 최적지가 대구에서 강원도로 올라갔다는 뜻이다.

강원도는 참다랑어 갈치 방어 등 난류성 어종이 대량 잡히는 새로운 산지로 탈바꿈했다. 올해 강원도 고성 가진항에서 잡힌 참다랑어 어획량은 13t에 이른다. 제주도와 남해, 서해 등 온·아열대 해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갈치도 지난해 여름 동해안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방어 어획량은 2015년 1415t, 2016년 2143t, 2017년 3240t, 2018년 4994t으로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어획량은 전국 어획량의 47%에 달했다.

1차산업 지도가 바뀌자 지방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전남은 애플망고 백향과 레드향 등 아열대 작목 특화 단지를 조성하고 있고, 경남 김해시는 체리를 신소득 전략 작목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급격한 1차산업 변화는 고령화된 영세 농가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아열대 작물 재배가 ‘꽃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방종합=문정임 정창교 최일영 윤일선 서승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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