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가르기 3년… 정치가 사회 갈랐다”

국민일보 창간 32주년 여론조사

“편을 가르는 정치 문화, 자산 양극화 심화에 따른 불평등이 우리 사회를 갈라놨다.”

국민일보가 9일 창간 32주년을 맞아 실시한 한국 사회 갈등 인식 조사 결과는 이 한 줄로 정리된다. 갈기갈기 쪼개진 나라에서 딱 하나 합치된 의견은 이것이었다.

국민 열에 일곱은 지난 3년간 사회 갈등이 더 심각해졌다고 답했다. 매우 심각해졌다는 의견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반목과 대립의 상황이 사실상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느끼는 국민이 대다수라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 절반도 정부 출범 이후 갈등이 심화했음을 인정했다.

국민은 정치 이념과 계층 갈등을 사회 분열의 근원으로 지목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 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취임사를 허언으로 여기는 여론이 높아진 것이다.

국민일보가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7, 8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한국 사회 분열됐다


지난 3년간 한국 사회의 다양한 갈등 문제가 전반적으로 심해졌다고 여기는지,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지 묻는 질문에 73.4%가 심각해졌다고 응답했다. 매우 심각해졌다고 답한 사람이 48.6%나 됐다. 별로 심각해지지 않았다(5.3%), 전혀 심각해지지 않았다(3.4%)는 응답은 8.7%에 불과했다.

갈등 심화에 대한 인식은 직업과 세대, 이념,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든 층위에서 높게 나타났다.

18~29세(77.6%), 30대(77.1%)의 갈등 심각성 인식이 컸다. 공정에 민감한 젊은 세대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85.2%), 직업별로는 농·임·어업(79.7%), 무직·은퇴자(76.8%), 가정주부(76.8%) 등에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52.2%,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수행 평가를 잘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답한 응답자 50%도 지난 3년간 갈등이 심화했다고 답했다.


여러 개의 선택지를 제시한 뒤 갈등이 가장 심각한 영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정치 이념 갈등을 꼽는 응답자가 49.1%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어 ‘계층 갈등’(25.8%), ‘젠더 갈등’(9.6%), ‘지역 갈등’(6.6%), ‘세대 갈등’(4.8%) 순으로 나타났다.

정치 이념 갈등은 중장년층(40대 55.5%, 50대 55.4%, 60세 이상 54.6%)에서, 계층 갈등은 30대(31.5%), 진보층(32.5%), 판매·생산·노무·서비스직(33.9%)에서 평균보다 높게 응답됐다.

젠더, 지역, 세대 갈등이 낮게 응답됐지만 이는 정치 이념 갈등의 심각성이 워낙 컸던 데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0대의 경우 젠더 갈등(36.5%)을 대상 항목 중 가장 높게 꼽았다. 정치 이념 갈등에 쏠린 중장년층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추·윤(추미애, 윤석열) 갈등이 워낙 큰 상황에서도 젠더나 지역 갈등 등의 응답이 나온 건 언제든 커질 수 있는 갈등 요인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우리는 왜 갈라섰을까


이념적 갈등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편 가르기 식 정치 문화’라는 응답이 37.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기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태도’ 19.0%, ‘갈등을 조장하는 미디어 환경’ 16.9%, ‘가짜뉴스 범람’ 13.5%, ‘소통·화합의 리더십 부재’ 10.4% 등 순으로 나타났다. 편 가르기 식 정치 문화에 대한 염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기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는 태도’ 항목을 많이 선택한 세대는 60대 이상(24.8%)과 30대(20.3%)였다.


빈부격차에 따른 계층 갈등의 원인을 묻는 말에는 ‘자산 양극화 확대’가 37.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 침체에 따른 일자리 감소 25.0%, 불공정한 경쟁 시스템 18.9%, 분배 복지 정책 부족 5.3%, 교육 격차 심화 4.2% 등 순으로 나타났다.


자산 양극화 확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세대가 20, 30 젊은 세대였다는 점은 시사점이 크다. 계층 갈등의 원인으로 이를 꼽는 응답은 18~29세가 45.6%로 전 세대에서 가장 높았고, 30대도 42.4%를 차지했다. 40대는 30.7%로 가장 낮았다. 계층 갈등의 두 번째 요인으로 18~29세는 불공정 경쟁 시스템(18.5%)을, 30대는 일자리 감소(23.9%)를 각각 꼽았다.

배 수석전문위원은 “20대는 사회 진출, 30대는 부동산 시장 진입을 시작하는 첫 세대다. 그런데 양극화가 확대됐다고 여기는 건 사회 구조가 개인이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출발점이 다르다는 구조적 모순에 대한 인식이 부동산 문제 등에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웅빈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본보 창간 32주년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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