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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류는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끌릴까

[책과 길] 부정성 편향 / 존 티어니 외 지음, 정태연 외 옮김 / 에코리브르, 392쪽, 2만1000원

책 ‘부정성 편향’은 부정적인 일에 더 초점을 맞추도록 진화한 인류가 부정성을 극복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여러 사례와 함께 제시한다. 책에는 ‘나쁜 것 하나를 극복하려면 좋은 것 네 개가 필요하다’는 ‘4의 법칙’이 등장한다. 이는 부정성의 영향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편 그것을 극복하는 것 역시 가능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2012년 10월 14일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는 지상 39㎞에서 우주복과 헬멧만 착용하고 자유 낙하했다. 당시 기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빠르게 추락한 그의 최고 속도는 마하 1.25, 시속 1530㎞였다. 낙하산을 펴고 착지한 그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어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이 위대한 착지 뒤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절망의 순간이 있었다.

앞서 바움가르트너는 낙하지점까지 올라가는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하기 전날 모든 걸 포기하려 했다. 우주복과 헬멧이 문제였다. 숨소리 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고립감을 주는 우주복과 헬멧에 갇힌 채 낙하지점까지 몇 시간을 참고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처음엔 작은 불편함이었던 것이 몇 년의 훈련 기간을 거치며 차츰 두려움으로 커졌고, 마침내 그날 폭발한 것이다. 그는 LA공항에서 훈련 책임자에게 “전 못하겠어요”라고 전화한 뒤 바닥에 앉아 울었다.

부정성의 강력함

그로부터 석 달 뒤 임상심리학자 마이클 저베이스는 바움가르트너의 도전 의지를 재확인한 후 인지행동치료(CBT)에 들어갔다. 긍정적 진술을 반복해 우주복과 헬멧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호흡법을 통해 긴장을 이완시키도록 했다. 치료를 시작한 지 몇 주 지나지 않아 바움가르트너는 우주복과 헬멧을 쓰고 몇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낙하 당일 헬멧에 문제가 발견돼 임무 중단까지 논의되는 마지막 고비가 있었지만, 그는 마침내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저의 가장 큰 성취는 낙하 자체가 아니에요. 그것은 저의 악령, 그러니까 우주복에 직면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불안을 극복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부정성 편향’은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진 심리학 연구 성과에 관한 책이다. 부정성 편향, 부정성 지배, 부정성 효과로도 불리는 “부정적인 사건이나 정서가 긍정적인 것보다 우리에게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보편적인 경향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기에 ‘어떻게 이용하고 극복할 것인가’라는 부제에서 보듯 부정성 편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거나 극복한 사례, 그 방법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인류가 긍정보다 부정에 더 민감하게 진화한 것은 그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살아남으려면 삶은 매일 승리해야 한다. 그러나 죽음은 단 한 번만 승리하면 된다”는 책 속 표현처럼 살기 위해선 위험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맛 좋은 열매를 따는 것보다 독이 든 열매를 피하고, 가젤을 사냥하는 것보다 사자를 피하는 게 생존에는 더 중요했다. 하지만 오늘날 부정성 편향은 대인관계, 조직, 사회에 위험 요소가 되기도 한다. 과도하게 대표되는 부정성이 관계를 악화 시키고, 판단을 그르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책에는 ‘나쁜 것 하나를 극복하려면 좋은 것 네 개가 필요하다’는 ‘4의 법칙’이 나오기도 한다. 저자는 “나쁜 것은 강하지만, 우리가 그 속성을 파악하면 좋은 것이 이길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부부, 부모와 자녀, 스승과 제자, 이웃과의 관계 같은 대인관계에서 책이 보다 강조하는 것은 “좋은 것을 하기”보다 “나쁜 것을 피하기”로 요약된다. 부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긍정적인 느낌을 회상하거나 언어적 애정 표현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반면 상대방의 부정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부정적인 대화의 양은 향후 결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컸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나쁜 양육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만, “유난히 성실한 양육”이 아이들을 더 행복하거나 건강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책은 설명한다.

조직 내에서 부정성을 전파하는 ‘썩은 사과’에 대한 대응 방법이나 뉴욕 카사블랑카 호텔의 온라인 평판 관리 같은 위기 대응 성공 사례도 등장한다. 이중 카사블랑카 호텔 이야기는 넓은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온라인 평가의 부정성과 그 극복 방안을 다룬다. 책은 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이 부정적 후기를 보는 데 시간을 더 쓰고 그로 인한 영향을 더 받는다는 사실, 미국인의 5분의 1정도가 쓰지도 않은 제품과 서비스에 관한 리뷰를 남긴 적이 있다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온라인 평판 관리의 어려움을 먼저 내비친다. 이에 대한 카사블랑카 호텔이 택한 전략은 “좋은 것을 두 배로 하기”다. 온라인에서 부정적인 리뷰가 나오기 전에 오프라인에서 선제 대응하는 것이다. 또 부정적인 후기에는 성실하게 응대해 긍정성으로 상쇄하는 전략도 취한다.

부정성 상쇄하기

당근보다 채찍이 유용할 수 있다는 ‘부정성의 효용’도 나오지만 책 전반에서 부정성 편향을 극복할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부정성 피하기와 긍정성으로 상쇄하기다. 이는 언뜻 뻔한 해법처럼 들린다. 하지만 저자는 ‘나쁜 뉴스’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통해 부정성 편향이 강력한 것 못지않게 인류도 나름의 해법을 찾아왔고, 그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나쁜 것은 언제나 좋은 것보다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우리는 그 영향을 무력화하기 위해 의식적·무의식적 새로운 형태의 기쁨 놀이를 개발해왔다.”

인간관계나 조직 차원을 넘어 사회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부정성의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는 저자의 설명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저자는 오늘날 자유와 번영의 가장 큰 장애물을 “위기 장사꾼”으로 칭한다. 위기 장사꾼은 전쟁이나 테러의 위협, 다른 인종에 대한 편견,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 등을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을 잘못된 판단으로 이끈다. 책에선 전자담배가 일반적인 흡연에 비해 위험이 과장된 것, 유전자변형식물(GMO)이라는 이유로 기근에 허덕이는 국가가 식량 원조를 거부하는 것 등에 의문을 제기한다. 과학적 근거 없이 시민단체 등에 의해 위험이 과장돼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의 양극화’에 대한 저자의 진단도 눈에 띈다. 저자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가 ‘가짜 뉴스’ 확산과 ‘에코 체임버’ 효과로 이념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리지만 더 큰 문제는 사람과 기존 대중매체에 있다고 본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엉뚱한 판단의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 대신 저자는 국회의원, 선거운동 지도부, 언론인, 로비스트 등이 정치적 스펙트럼의 극단에서 나머지 국민을 자기편으로 끌어오려고 애쓰는 잔인한 싸움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거짓 양극화는 소셜 미디어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잘못은 구식 대중매체와 정치인을 비롯한 나머지 위기 산업에 있다.”

저자는 부정성 편향이 위력을 떨치는 각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구체적인 지침도 따로 제시한다. 그간 연구 결과를 종합한 일종의 행동 지침인 셈이다. 책은 국내에도 번역·출간된 ‘의지력의 재발견’에 이은 두 저자의 두 번째 공동 저서다. 문학, 스포츠, 음악 등을 활용한 구체적인 사례와 저자의 재치 있는 입담이 책의 가독성을 높인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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