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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품은 웅덩이… 봄옷 입은 동식물… 천상의 쉼터

‘비대면 볼거리’ 찾아 경북 문경으로 봄 여행

경북 문경시 산북면 우곡리 읍실마을에 지난달 19일 문을 연 ‘돌리네(doline) 습지’를 드론으로 굽어본 모습. 바로 앞 전망대 너머 물웅덩이 주변 연둣빛 초목이 독특한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경북 문경에서는 문경새재가 으뜸 여행지로 꼽힌다. ‘문경 8경’에 가장 앞서 오를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여행객의 발길을 이끄는 독특한 ‘신상 여행지’도 부쩍 늘었다. 늘 가던 곳보다는 사람과의 접촉이 상대적으로 적은 ‘신상’을 찾아 떠나는 것도 좋겠다.

지난달 19일 산북면 우곡리 읍실마을에 독특한 경관을 자랑하는 ‘돌리네(doline) 습지’가 문을 열었다. 돌리네는 석회암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아 침식해 접시 모양으로 움푹 팬 웅덩이다. 23번째로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문경 돌리네 습지는 굴봉산(해발 390m) 정상 인근 해발 270~290m에 49만㎡ 규모를 자랑하는 생태 보고(寶庫)다. 가까운 하천보다 고도가 120m 높다.

일반적으로 습지는 강가, 시냇가 주변이나 해안가에 형성된다. 산 정상 부근에서는 빗물이나 지하수가 빨리 빠져나가 습지가 잘 형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석회암이 빗물에 용해되고 남은 점토질과 광물이 계속 쌓여 물이 잘 빠지지 않은 덕분에 웅덩이에 물이 고이면서 습지가 이뤄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돌리네 습지는 문경을 포함해 강원도 평창군 고마루, 정선군 발구덕·산계령 등 4곳이다. 그러나 경작활동이 가능할 정도의 수량은 문경이 유일하다. 특이성과 희소성 등 지형·지질학적 가치가 높으며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다.

2011년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생태·경관 우수지역 발굴’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인근 마을 주민들이 화전을 일궈 논농사와 밭농사를 해 왔다. 2017년 6월 환경부 습지 보호지역 지정 후 문경시가 주민을 설득해 사유지를 매입한 뒤 생태계 복원 및 탐방로 조성공사를 진행했다.

습지에는 731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초원 생태계와 육상 생태계가 공존하면서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과 2급인 삵·담비·새매·붉은배새매·구렁이, 희귀식물인 낙지다리·꼬리진달래·들통발 등 희귀 야생 동·식물의 천국이 됐다.

‘비대면·비접촉’ 탐방이 가능하다. 돌리네 습지를 탐방하는 왕복 2㎞ 도로를 개설하고 습지 구간에 3.2㎞의 둘레길 조성을 마친 뒤 전동차를 운행 중이다. 전동차 대신 느긋하게 걸어서 둘러볼 수도 있다. 2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곳곳에 쉼터와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서면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눈 앞에 펼쳐진다. 하늘색을 담은 웅덩이 주변 작은 나무들은 봄을 맞아 연초록빛으로 물들고 있다.

국사봉 조망터에서 본 경천호. 호수 내 돌문섬과 오른쪽 천주봉이 뚜렷하다.

문경 8경 가운데 덜 알려진 비경이 경천호(慶泉湖)다. 문경 동로면 황장산에서 발원하는 ‘비단 같은 천’ 금천(錦川)에 1986년 경천댐이 들어서면서 생긴 저수지다. 경천호를 둘러가는 도로 옆에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정면으로 ‘돌문섬’이라 불리는 섬이 보인다. 경천호가 생기기 전 ‘돌문안’이라는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

경천호를 제대로 보려면 예천군과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는 국사봉(國師峰·727.6m)에 올라야 한다. 경주 손씨 집성촌으로 1400년쯤 개척된 동로면 마광리에서 주로 산행을 시작한다. 봉우리와 고개가 여러 개 있다. 고개 중에 꽃으로 유명한 꽃재가 있다. 덜 알려진 진달래 명소다. 인근에 철쭉 군락지도 있다. 기우단 아래 앞이 탁 트이는 조망터가 있다. 경천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멀리 천주산 봉우리가 하늘 높이 기둥처럼 우뚝 솟아 있다. 황장산 등 백두대간 마루금이 물결처럼 겹겹이다.

단산 활공장에서 모노레일 아래 문경 읍내와 백두대간 능선을 볼 수 있다.

지난해 개장한 단산(亶山·959m) 모노레일도 빼놓을 수 없다. 단산 기슭에서 해발 847m까지 왕복 3.6㎞ 구간을 오르내리는 국내 최장 산악형 모노레일로, 10대가 7분 단위로 무인 운행한다. 소요 시간은 왕복 1시간 정도. 평균 경사 22도, 최고 경사 42도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상부 승강장 옆에 오토캠핑장·레일 썰매장·별빛전망대 등이 있다.

위로 올라서면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주흘산이 눈앞에 보이고 봉명산과 백화산, 황학산 등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활공장에는 초승달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연인·가족들의 포토존이다. 바로 아래 휴게실 겸 전망대인 원통형의 3층 건물이 있고 그 옆에 그네가 길게 매달려 있다. 이곳에서 단산 정상까지 1.9㎞ 구간은 나무데크 길이 잘 깔려 있다. 50분 정도 걸린다.

여행메모
돌리네 습지 무료, 전동차 이용 유료
진남교반 일대에 다채로운 볼거리

경북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진남교반 일대.

문경 돌리네 습지로 가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 나들목이나 점촌 함창 나들목을 이용한다. 현재 돌리네 습지 입장료는 무료지만 전동차 이용료는 어른 기준 편도 1000원, 왕복 1800원이다.

돌리네 습지에서 경천호가 가깝다. 국사봉 기우단 아래 조망터는 경천댐에서 능선길을 따라 바로 오를 수 있다. 1시간 남짓 걸리지만 길이 선명하지 않은 만큼 초행이라면 길을 잘 아는 이와 동행하는 것이 좋다.

문경 독특한 먹거리로 족살찌개가 있다. 탄광촌이 활황이었던 1970~80년대 목에 낀 탄가루를 기름기 많은 돼지고기가 씻어줄 것으로 생각한 광부들이 즐겨 먹었다. 약돌을 먹인 돼지고기를 고추장 양념으로 연탄불에 구운 약돌돼지구이도 인기 먹거리다.

진남교반 일대에 고모산성, 토끼비리, 오미자테마터널, 봉생정 등 볼거리가 대거 몰려 있다.





문경=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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