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대로와 만나는 개선문 광장… 파리의 ‘별’로 빛나다

[세계의 광장을 가다] ⑭ 파리 개선문 에뚜알 광장

파리 개선문은 프랑스의 상징적 공간이다. 나폴레옹 황제 지시로 세워진 개선문은 루브르궁, 콩코르드광장, 샹젤리제, 라 데팡스를 잇는 국가의 상징축인 그랑닥스의 중심에 있다. 개선문을 둘러싼 에뚜알광장에서 12개 대로가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광장은 한 나라의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프랑스 파리의 그랑닥스(Grand Axis), 영국 런던의 더몰(The Mall), 미국 워싱턴의 더내셔널몰(The National Mall)이 대표적이다.

그랑닥스는 루브르궁에서 개선문을 거쳐 라데팡스까지 이어지는 8㎞ 구간의 직선대로를 말한다. 군주국가(루브르궁)부터 프랑스대혁명(콩코르드광장), 부르조아 계급의 성장(상젤리제), 세계 자본주의의 상징(라데팡스)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 축은 루브르궁-튈르리정원-콩코르드광장-샹젤리제-개선문을 연결하는,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계획인 ‘파리의 획’(악스 히스토리크 파리지엥·Axe historique Parisien)이 파리 외곽인 라데팡스까지 확장된 것이다. 이 구간에선 프랑스혁명 기념일 군사퍼레이드, 사이클 대회인 뚜르드프랑스 골인, 문화유산의날 대통령이 거주하는 엘리제궁을 일반에 공개하는 이벤트가 열린다.

파리 에뚜알광장과 연결된 샹젤리제 거리.

오래된 역사도시에서 광장은 사방으로 길이 뻗어나가는 도시설계 중심에 위치한다. 그랑닥스 중심인 개선문을 둘러싼 에뚜알 광장도 12개 대로와 연결돼 별 모양을 이루고 있다. ‘에뚜알’은 프랑스어로 별을 의미한다. 루이14세가 18세기 이 광장을 정비하도록 명한 것이 개선문과 연결된 샹젤리제 조성의 계기가 됐다. 샹젤리제는 로마문명에 심취한 나폴레옹 황제가 신화에 나오는 ‘사후의 길’ 이름을 차용한 것이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잘 정돈된 파리의 도시 형태는 나폴레옹 3세에 의해 발탁된 파리시장 오스만의 대규모 도시개혁으로 이뤄졌다. 현재의 파리는 기본적으로 1870년 이후 개축된 모습인데 건축물의 60%는 오스만 시기에 지어진 것들이다. 이러한 파리의 대개축은 빅토르 위고가 살아 있을 때 진행됐는데 당시 위고는 역사 유적의 보호를 강하게 주장했었다.

파리 외곽 라 데팡스에 건립된 신 개선문.

코로나19가 유럽에 확산되기 전인 지난해 2월 18일 파리 개선문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 동서로 펼쳐진 그랑닥스를 조망했다. 멀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콩코르드 광장을 지나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개선문에 이르는 동남쪽 축과 개선문에서 라 데팡스 신 개선문에 이르는 서북쪽 축이 일직선으로 연결돼 있음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에뚜알 광장의 개선문은 루브르박물관 옆 튈르리 공원에 있는 카루젤 개선문과 라데팡스의 신 개선문을 잇는 축의 중간에 있다.

파리의 상징인 개선문은 높이가 50m, 폭이 약 45m 규모로 1806년 오스텔리츠 전투에서 승리한 나폴레옹의 명령에 따라 건축가 장 프랑수아 살그랑이 설계해 세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1812년 러시아 원정에서 첫 패배를 하면서 공사가 중단되고, 20여 년이 지난 1836년에야 프랑스 왕 루이 필립의 요구로 겨우 완성됐다. 자신의 영광을 위해 개선문 건축을 지시했던 나폴레옹은 살아 있을때 이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죽은 후에야 파리로 돌아와 관에 실린 채 개선문을 지나 앵발리드에 묻혔다. 반면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점령된 파리를 해방시킨 샤를 드골 장군은 개선문으로 당당하게 입성했다. 왜 프랑스 정치인들은 개선문 광장 행진에 집착했을까. 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는 광장의 공간에 축적된 상징적 권위에 힘입어 대중에게 합리화되고 공식화되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의 야심작인 신(新) 개선문은 파리 외곽 라데팡스의 상징이다. 프랑스대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1989년에 완공됐다. 신 개선문은 한 변의 길이가 36층 건물에 맞먹는 높이인 110.9m, 너비 106.9m의 거대한 건축물이며 그 가운데의 1㏊에 달하는 사각형 공간은 노트르담 대성당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덴마크 건축가 스프레켈슨이 전쟁에서의 승리(나폴레옹의 개선문)가 아닌 인류애의 승리를 주제로 설계했다.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 빅토리아광장에서 시작돼 트라팔가광장까지 이어지는 더몰.

영국 런던 더몰은 트라팔가 광장부터 버킹엄 궁까지 이어지는 1㎞ 길이의 국가 중심축이다. 영국은 1911년 빅토리아 여왕을 기리기 위해 더몰을 조성했다. 트라팔가 광장 남쪽 더몰 입구에는 애드미럴티 아치(Admiralty Arch)라는 개선문을 만들고, 고귀함을 상징하는 레드카펫처럼 보이기 위해 더몰 도로를 붉은 색으로 물들였다. 이 도로 주변에는 왕실 산하 기관 및 중앙부처, 관광자원 등이 밀집해 있다. 더 몰은 왕국 행차식, 위병 교대, 군기분열식, 런던마라톤 시종점 등으로 이용된다.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링컨기념관까지 이어지는 더내셔널몰.

미국 워싱턴 더내셔널몰은 링컨기념관부터 국회의사당까지 약 3.5㎞ 길이의 국가 중심축이다. 이 축에는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건물들이 배치돼 있다. 가장 높은 언덕에는 국회의사당, 두번째로 높은 곳에는 백악관이 위치하고 있다. 국가기념일, 주요 정치행사, 역사적인 시위운동 등이 열린 공간이다.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에 서명한지 100년을 맞은 1963년 8월 28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링컨기념관 앞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폐지를 촉구하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유명한 연설을 하기도 했다.

한국은 광화문광장에서 숭례문에 이르는 세종대로를 따라 대한제국의 웅대한 꿈이 서린 대한문과 덕수궁, 서울광장과 서울시청, 옛 국회의사당(현 서울시의회), 정부서울청사가 위치해 있다. 숭례문은 조선시대 한양도성의 관문이었다. 광화문 광장 뒤편에는 북악산을 배경으로 조선시대 왕궁(경복궁)과 현재의 권력(청와대)이 자리잡고 있어 세종대로는 국가의 상징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세종대로가 시작되는 광화문 네거리 동화면세점 앞에는 전국 도로의 기준이 되는 시작점이 표시돼 있다. 국가의 대표 광장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으로 길이 뻗어나간다는 것을 상징한다.

지난해 말 서울역에서 숭례문, 서울광장, 세종로 사거리까지 차로를 줄이고 보행공간을 넓힌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사업이 완료돼 걷기 편한 길로 변신했다. 아울러 광화문~세종로 사거리 광화문광장 서측 차도를 없애고 보행공간과 도심 속 공원을 만들어 광장을 확장하는 새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이 올 상반기에 마무리되면 세종대로는 우리나라의 명실상부한 보행친화적 국가중심 축 도로로 거듭날 것이다.

파리, 런던=글 사진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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