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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의전과 ‘센터 부심’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인터넷 좀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혼돈의 카오스’로 기록된 행사였다. 각국 정상을 둘러싼 의전 논란이 연일 불거졌기 때문이다.

공식 행사 전날부터 심상치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트랩을 내려오면서 직접 우산을 든 게 문제가 됐다. 민경욱 당시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어딜 가더라도 환대받고 다니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우리도 기분이 좋죠”라며 “이건 국민 욕 먹이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붕이 있는 트랩을 이용했다고 했다. 우리 대통령은 지붕 없는 트랩을 내려오면서 우산 대접조차 못 받았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개방형 트랩은 취재진과 환영 인파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개방형 트랩을 내려오면서 직접 우산을 든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산 홀대’ 지적은 쏙 들어갔다.

이튿날엔 의장국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트럼프 패싱’으로 곤욕을 치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상 위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리를 안내하는 아베 총리를 본체만체하는 듯한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문 대통령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왼팔을 툭툭 치며 친밀함을 드러낸 직후여서 아베 총리의 허공을 가른 손짓이 더 민망해진 상황이었다. 그러자 일본 트위터 등에는 불쾌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트럼프 패싱’에 속이 상했을까. 일본은 본 행사 전 열린 특별이벤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좁은 자리에 나란히 앉혔다. 세 정상의 어깨가 어른 주먹 하나 겨우 통과할 정도였으니 ‘콩나물시루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정상들의 미묘하게 다른 표정도 관전 포인트였다. 아베 총리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정작 세계 톱2의 정상들은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식의 멍한 표정을 지어 대비를 이뤘다. 일본 외무성은 비좁은 좌석 배정을 묻는 취재진에게 “얘기해줄 수 없다”고 했는데 여론은 ‘센터 부심’(센터에 섰다는 자부심)에 부정적이었다. 일본 커뮤니티에선 ‘좌진핑 우럼프인가’라거나 ‘일본, 그렇게 자신이 없단 말인가’ 등의 비난이 빗발쳤다.

우리 정부가 지난 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홍보하면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삭제한 단체 사진을 활용해 물의를 빚었다.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란 제목으로 정부 사이트와 페이스북 등에 올라간 사진이었다. 정부는 ‘이미지 제작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하고 원본 사진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실수치고는 결과물이 참 고약했다. 문 대통령이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 맨 앞줄에서 ‘더블 센터’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두 번째 줄 ‘구석’에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사진을 올리면서 ‘이 자리 이 모습이 대한민국의 위상입니다. 우리가 이만큼 왔습니다’라며 ‘고난의 시간을 극복한 위대한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적었다. 외국 정상을 삭제해 우리 대통령이 돋보이게 된 사진을 두고 이 자리가 우리 위상이라며 자화자찬했으니, 행여나 외국에서 누가 볼까 봐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맨 앞줄 오른쪽 끝에 서 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내가 구석이라니’라는 생각이나 했을까.

낯뜨거운 ‘센터 부심’ 논란에서 그나마 우리가 일본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아 다행이다. 스가 총리는 인스타그램에 G7 단체 사진을 올리면서 문 대통령을 잘라내고 자신을 돋보이게 했다. 우리 정부는 실수라며 원본 사진으로 교체했는데 스가 총리는 아직 교체하지 않았다.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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