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만호] 94년생 美 청년 “우린 아무 잘못 없는데 아메리칸 드림 난망”

[워싱턴 특파원 리포트] ‘MZ세대’ 데이터 엔지니어 카이저 인터뷰

미국의 MZ세대인 제이 카이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정치를 상징하는 워싱턴의 의회의사당 앞에 서 있다. 지난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습격 사건이 발생한 후 5개월이 지났는데도 의사당 앞엔 여전히 철망이 설치돼 있다.

미국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도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을 가슴에 안고 살고 있다.

이들은 기성세대의 불공정에 분노하고 있으며, 취업과 집 장만 등 경제적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다만 미국 MZ세대는 한국에는 없는 인종차별과 총기 문제에 대해서도 걱정이 컸다.

미 워싱턴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간) 만난 제이 카이저(26)는 MZ세대다. 1994년 10월에 태어난 그는 인디애나대학에서 전산언어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딴 뒤 비영리 교육기관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카이저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성세대는 젊은세대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라고 말한다”면서도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시스템 때문에 우리 젊은세대는 아무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MZ세대는 고위 공직자의 자녀 문제 등으로 촉발된 공정 이슈에 관심이 크다. 미국 MZ세대는 어떤 이슈에 관심이 높나.

“미국인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배우고 자란다. 또 열심히 일하면 모든 사람은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할 수 있다고 배운다. 나와 같은 미국의 MZ세대들은 사회적 공정과 경제적 평등에 관심이 높다. 그러나 미국에서 도덕적 부패와 인종차별주의는 더욱 심해졌다. 경제적 불평등도 악화되고 있다. 1%의 최고 부자들이 부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우리 MZ세대들은 기성세대의 같은 나이 때보다 더 가난해졌다.”

-미국에서도 세대 갈등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미국 기성세대들이 지금의 강한 미국을 만든 데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그러나 미국의 세대 갈등은 위험수위다. 많은 젊은이는 기성세대들이 최근 수십년간 이뤄진 과학적·기술적 변화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미국 MZ세대는 기성세대의 어떤 면에 불만을 갖고 있는가.

“내 부모는 모두 베이비부머 세대다. 그들이 젊었을 때는 미국 경제가 번창할 때라 안정된 시간, 여유로운 수입, 연금 혜택 등을 누릴 수 있었다. 그들은 미국에 대한 자부심을 배우며 자랐지만 미국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선 배우지 못했다. 지금 미국 젊은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이 누렸던 경제적 혜택들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또 기성세대들은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과 관련해 좌파 극단주의, 이민 확대, 그리고 다른 희생양을 찾아 설명한다. 기성세대들은 ‘미국의 시스템이 우리 세대에는 제대로 역할을 했는데 젊은세대에겐 왜 안 맞는 것이냐’고 묻는다.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그들이 자녀들과 손주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MZ세대들이 세대 갈등을 느끼는 이슈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나를 포함한 미국의 젊은세대는 기후변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그러나 권력을 지닌 기성세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미래세대에 떠넘긴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함부로 사용하다가 ‘고장난 지구’를 우리 세대에게 전달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종 문제도 가장 풀기 힘든 세대 갈등 중 하나다. 내 부모들이 어렸을 때 학교에서 미국의 노예제도를 유럽의 농노제도와 비슷했던 것이라고 배웠으며 남북전쟁 이후에는 인종차별주의가 사라졌다고 배웠다. 그러나 최근에도 경찰의 폭력적인 대응으로 흑인들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기성세대들은 비(非)백인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방식을 선택한다. 우리 젊은세대는 인종차별주의와 백인우월주의가 미국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MZ세대가 겪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은 어떤 것인가.

“많은 젊은이는 일자리를 못 구하고 있다. 일자리를 구했더라도 수준이 떨어지는 일을 하고 있다. 최저시급을 받는 파트타임 일을 많이 하는 것이다. 대학 졸업자의 경우 학자금 융자 상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기성세대들이 경험해보지 않았던 것들이다. 미국의 집세와 생활비는 해마다 엄청나게 오르고 있다. 자기 집을 사서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미국 젊은이들에게 실현 불가능한 꿈이 되고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젊은세대가 가난한 것은 게으르거나 돈을 낭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젊은세대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나는 지난 대선에서 미국의 젊은이들이 트럼프를 쫓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에서 미국의 젊은층은 최근 수십년 동안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조금 깊게 들여다보면 젊은층의 절반만 투표했다. 정치적 무관심은 여전한 것이다. 트럼프는 패배했지만 지지하는 집단은 광범위하며 반민주적 정서도 공고하다. 일부 젊은층이 주도하는 인종평등운동을 우파 미디어들은 악마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미국의 젊은층은 정치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자각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미국 사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MZ세대 중에서는 여성의 권한이 정부나 사회에서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다 강력한 총기 규제 방안도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느슨한 총기 규제로 매일 사망한다. 젊은세대들은 경찰 개혁도 촉구한다. 미국 경찰은 가난한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을 중단하고, 미국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으로 변신해야 한다. 경제 정책도 ‘기업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달라져야 한다. 이런 것들은 미국 젊은세대들이 공유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일부 기성세대는 이런 주장들조차 과격하다고 비판하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워싱턴=글·사진 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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