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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아이유의 찬스 활용법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난 아이유 팬이다. ‘음악으로 너와 내가 하나가 된다’는 뜻을 지닌 이름에 걸맞게 그녀는 언제나 청아하고 잔잔한 목소리로 지친 나를 위로해 준다. 노래도 연기도 잘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아이유에게 빠진 결정적인 이유는 그녀가 개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꽤 오래된 얘기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이유를 인터뷰하다 들은 말이 자신의 가슴을 울렸다고 한 적이 있다. 아이유가 대학에 안 가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전 대학 가서 대충 시간 남을 때 학점 따는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대학을 간다면 정말 열심히 공부하겠죠. 그러니 전 지금 대학을 다닐 수 없어요”라면서 “제가 대충 이름을 걸고 대학을 가면 저 때문에 그 대학에 가서 공부해야 할 사람 한 명이 못 들어오잖아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데 나 또한 띵~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톱클래스 가수라는 찬스를 이용해 좋은 대학 간판을 딸 수 있는데도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하다니.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무개념 인간 군상이 저지르는 각종 사건사고에 파묻혀 살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린 탓일까.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유의 의젓한 한마디에 난 사르르 녹아버리고 말았다.

아이유를 ‘덕질’하는 기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학 특례 입학 거절이 소극적인 연예인 찬스 활용의 본보기였다면 아이유는 기부를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찬스를 활용했다. 오죽하면 ‘기부의 영웅’이라는 별칭까지 얻었을까. 2008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아이유가 쾌척한 기부금은 밝혀진 것만 30억원을 넘는다. 2019년에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최연소 아시아 기부 영웅으로 아이유의 이름을 올렸으니 말 다 했다. 코로나19조차 그녀의 기부 열정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 아이유는 방역 최전선에 선 의료진에게 수억원 상당의 방호복과 아이스 조끼를 기증했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자신의 마지막 20대 생일을 맞아 5억원을 기부했다. 톱클래스 연예인인데도 특혜를 누릴 찬스는 버리는 대신 그 찬스를 활용해 이웃을 도왔다. 이러니 내가 ‘탈덕’할 수가 있나.

감사하게도 아이유처럼 연예인 찬스를 써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셀럽들은 더 있다. 배우 조인성은 2011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아 환자들을 위해 꾸준히 후원금을 보냈다. 선행은 그와 친분이 두터운 연예인으로 퍼졌다. 배우 차태현과 이광수, 김우빈, 신민아, 남주혁에 이어 방송인 박경림이 후원에 동참했다. 이들이 지금까지 서울아산병원에 기부한 금액은 16억원이 넘는다.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던 217명의 중증 난치병 환자들이 도움을 받았다. 내 기준에서 이들은 아이유형 인간이다. 찬스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남을 위해 베푸는 일에 쓴 개념 충만한 사람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지난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과 기술 융합지원 사업’에 선정돼 지원금 최고 금액인 69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다. 102건의 신청자 중 준용씨와 비슷한 금액을 받은 건 15건이라고 한다. 2006년 한국고용정보원 채용을 시작으로 준용씨는 그동안 수차례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에도 서울시로부터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금 1400만원을 받아 세간의 눈총을 받았다. 당시엔 신청자 281명 중 준용씨와 같은 금액을 지원받은 사람이 36명이었다. 대통령 아들이 아니라도 본인 작품은 예전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준용씨 설명처럼 실력으로 뽑혔다는 것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세계적 아티스트라면 ‘대통령 아들’이라는 찬스를 양보하는 게 어땠을까. 아이유나 조인성처럼 그 찬스로 남을 도우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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