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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진짜 자유, 가짜 자유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에이, 설마! 처음엔 뭘 잘못 본 줄로만 알았다. ‘이거 가짜뉴스 아냐’라고 의심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내 상식으로는 좀처럼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홈페이지 게시판을 폐쇄하다니. 해킹당했나? 누가 광고 글로 도배했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게시판을 내린 건 아닐까? 여러 의심이 머리를 스쳤다. 근데 모두 아니었다. 민주당은 진짜로 “당원 간의 분쟁이 또다시 과열되고 있다”며 지난 1일부터 권리당원 게시판을 잠정 폐쇄했다. 경선 후폭풍으로 당원 간 분쟁이 과열됐고, 이로 인해 추가로 발생할지 모를 법적 갈등 등을 차단하려는 조치였다고 한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재명 대선 후보의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에 따르면 반이재명 당원들이 당 홈페이지 게시판을 상당 부분 지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한 뉴스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분들(반이재명 당원들)이 이재명 후보에 대해 거칠게 공격을 하니까 도움이 안 된다”면서 “그래서 일단 폐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민주당 내 선거권과 피선거권까지 갖는 권리당원인데 협의 없이 폐쇄라니. 듣는 나조차 땀이 날 정도니 그곳을 이용하던 당원들은 오죽했을까. 당원들은 ‘불편사항 접수 게시판’에 몰려가 “듣기 싫은 소리 입막음하는 건 중국 시진핑이 하는 짓”이라거나 “쓴소리는 안 듣겠다는 뜻인가”라며 발끈했다. 민주당은 이후 닉네임 형태로 운영되는 게시판을 실명제로 강화해 내년 1월 운영을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인터넷 시대에 실명제가 웬 말이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후보 또한 이 문제에 대해 민주당과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0일 충청 지역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에서 당원 게시판 이야기가 나오자 “공론의 장에서 의견 표현을 하는 건 자유지만 행패를 부리는 것까지 허용하면 그건 자유가 아니라 방임”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어 “공론의 장에 들어오면 예의를 갖추고 존중해야 하며, 명백한 거짓말로 선동하거나 가짜뉴스를 뿌리는 것은 하지 말고 지적하면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빈정대는 경우는 방출하는 게 공론의 장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는 좋지만 예의 없이 행패 부리듯 쓴 글까진 허용할 수 없으니 적극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사실 이 후보가 공공의 이익을 내세워 무언가 통제하겠다고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 후보는 지난 10월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거론했다. 그는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못 하긴 했는데 총량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마구 열어서 망하는 것도 자유가 아니다”라고 했다. 어려운 서민끼리 개미지옥 같은 음식점 경쟁을 하다 망하게 두느니 국가가 미리 나서서 규제하겠다는 식이다. 이쯤 되니 이 후보가 국민을 통제와 계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나온다.

다시 민주당 게시판 문제로 돌아와 보자. 분란을 일으키는 게시물이 많으니 잠시 폐쇄하거나 실명제를 도입하겠다는 이 후보와 민주당의 생각은 일견 그럴싸하다. 하지만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사이버 세계에선 위험한 발상이다. 설령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불편해하는 주장일지라도 국가나 특정 권력은 그 의견 자체를 억압해선 안 된다. 다만 표현할 자유와 함께 타인의 권리 또한 침해받지 않도록 제도와 법을 갖추면 그만이다. 통제된 자유는 가짜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우리 네티즌들은 이제 한쪽 얘기만으로 판단하지 않을 정도의 분별력을 갖췄다고 믿어야 한다. 이건 요즘 유행어로 ‘중립기어’라고 표현하는데, 이쯤은 돼야 진짜 자유를 향한 다음 세대 지도자의 기본 소양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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