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복권춘몽’… 불확실한 앞날을 긁어보다

가계소비 2.3% 감소에도 판매 늘어
2020년 5兆 작년 6兆… 매년 신기록
코로나 영향 추정… 女·2030서 급증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상황에서 ‘로또’ ‘연금복권’ ‘스피또’ 등 국내 복권 시장이 무섭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2020년 전체 복권 판매액이 사상 처음 5조원을 넘겼는데 지난해에는 6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복권 판매량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국민 2명 중 1명은 복권을 구입한 적이 있을 정도로 복권은 삶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시장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복권 관련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9%는 최근 1년 이내 복권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복권이 있어 좋다’에 대한 공감은 66.5%였다(표본오차 ±3.1 포인트 95% 신뢰수준).

혹자는 복권 판매 증가를 코로나19 시기 어려운 경제 상황과 연관 짓는다. 삶이 팍팍해질수록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복권이 술·담배처럼 경기가 나빠질수록 잘 팔리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이라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실제 정부는 경기 불황과 복권 판매량 간 상관관계가 없다고 보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개인 소득·소비폭이 늘면서 복권 판매액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기 복권 판매액이 전년 대비 급감한 사례도 정부 주장에 힘을 보탠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복권 판매액이 늘어난 이유로 ‘대체 효과’를 꼽는다. 경마·카지노 시설 등 이용이 막히면서 사행산업의 수요가 복권으로 쏠리게 됐다는 것이다.

가계 소비 줄여도, 복권은 샀다

2020년 로또 등 전체 복권 판매액은 전년 대비 12.9% 증가하며 사상 처음 5조원을 넘겼다.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복권 판매금액인 4조8719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2020년 ‘5조원 돌파’에 이어 지난해 복권 판매량은 6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상반기 판매액은 이미 3조원에 육박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2020년 가계 소비지출이 역대급으로 줄었음에도 복권 소비가 늘었다는 점이다. 3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0년 가계 전체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2.3% 줄었다. 이는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높은 감소율(조사 방법 다른 2017·2018년 제외)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의 월평균 복권 지출액은 590원으로 1년 전보다 7.2% 늘었다. 해당 금액은 복권을 사지 않는 가구를 포함한 전체 표본가구의 복권 구매액을 평균해 산출한 것으로 실제 가구별 복권 구매액과는 다르지만 전년 대비 비교 가능한 지표다. 가계의 월평균 복권 지출액은 지난해 2분기에는 665원, 3분기에는 844원으로 점점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2020년 복권 지출액을 소득분위별로 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복권 지출액이 전년 대비 45.3%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5분위 복권 지출액도 44.8% 늘었다.

복권, ‘불황형 상품’으로 보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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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복권 판매액이 ‘역대급’으로 늘어난 것을 코로나19와 연관 짓는 이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복권 당첨으로 ‘한방’을 노리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특히 ‘여성’과 ‘2030세대’의 복권 구입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탠다. 기재부 복권위에 따르면 복권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여성 비중은 2016년 28.2%에서 2020년 45.3%로 늘었다. 또 20대 가구주의 월평균 복권 구입비용은 2019년(1~3분기 기준) 295.9원에서 지난해 1224.5원으로 무려 313.8% 급증했다. 코로나19 고용 충격이 유독 여성에게 쏠렸다는 점,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취업난 등 청년세대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해석 등이 타당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경제 상황과 복권 판매액 간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반대로 경기가 좋아질 때 복권 판매가 오히려 늘며 개인 측면에서도 소득이 높은 사람이 복권 지출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복권 판매액도 자연히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 복권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소득이 줄면 복권을 덜 사고, 소득이 늘면 복권을 많이 사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실제 과거 사례를 비춰봐도 불황 때마다 복권 판매가 반드시 늘었던 것은 아니다. 기재부 복권위가 2014년 발간한 ‘복권백서’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 충격이 본격화됐던 1998년 복권 판매액은 32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감소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복권 판매액은 2조3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증가폭이 유독 컸던 이유로 경마·카지노 등 다른 사행업종 영업이 제한된 점을 꼽는다. 기재부 복권위는 올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기 상황과 복권 매출 간 상관관계’ 연구용역을 진행했으며 관련 내용을 마무리하는 작업 중에 있다.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한 이연호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늘면 복권 판매액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며 “경기 사이클로 봤을 때는 (경기와 복권 매출 간) 유의한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복권 판매액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다른 사행산업이 위축된 것에 대한 풍선효과, 최근 몇 년간 복권 판매소가 늘어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복권을 6조7000억원어치 발행하기로 했다. 예상 판매액은 6조4000억원이다. 종류별로 보면 로또 발행액이 5조4567억원으로 7.3% 늘며, 스피또 등 즉석식 복권(인쇄복권)은 14.0% 증가한 5700억원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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