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은 ‘제2 트럼프’… 미·중 관계 개선 여지 없다

[신년특집 베이징특파원 인터뷰]
중국 외교 전문가 자칭궈 베이징대 교수에게 듣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새해에도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이고 관계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때 중국이 품었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제2의 트럼프’라고 평가했다.

자 교수는 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과 관련해 전제조건이 없어야 북한이 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 정부가 북한의 종전선언 참여를 설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게 가능할 것 같으냐”고 반문했다. 또 한·중 교류가 거의 정상화됐지만 한국 드라마와 대중음악 등 문화 교류에 대한 제한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4일 베이징대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했다. 대만 홍콩 신장 등 인권 압박도 전방위적인데.

“2022년에도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매우 부정적이다. 미·중은 의식 형태, 가치관, 정치 체제가 다르다. 미국은 이러한 차이에 주목하고 이를 부각하고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할 때 중국은 양국 관계가 개선될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 중국 사람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제2의 트럼프로 본다. 미국의 대중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은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협의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국이 동맹을 규합하는 건 중국이 관여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동맹 전략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 중국도 그에 상응하는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중국이 군사력을 키우고 다른 나라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포함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관계는 점점 밀접해지고 있다.”

-만약 한국이 반중 협의체에 동참한다면.

“한국 스스로 어떻게 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한국은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지하고 있다. 가장 좋은 상황은 지금처럼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호주와는 다르다. 호주는 중국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국은 아주 가깝다. 만약 한국이 미국 주도 협의체에 참여하거나 중국에 등을 돌리면 한·중 관계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는 양국 모두 원하는 결과가 아니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참여할 것으로 보나.

“전제조건 없는 종전선언이라면 북한도 동의할 것으로 본다. 종전선언을 하는 데 무엇인가 조건이 달린다면 북한은 참여하지 않을 것 같다. 이는 어디까지나 북한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중국은 북한의 참여를 설득할 의사가 있나.

“그게 가능할 것 같나.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한 스스로의 관점을 갖고 있다. 중국이 강요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중국의 입장은 북한이 결정하는 데 있어 하나의 요인이다. 특히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의 태도는 중국이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다.”

-베이징올림픽이 종전선언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나.

“가능성은 존재한다. 관건은 전제조건이 있는지, 한국이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지다. 미국은 전제조건을 두길 원한다.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종전선언에 전제조건이 없게 한다면 가능성이 있다.”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아닌가.

“꼭 그렇지는 않다. 미국도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길 희망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과 상의할 수 있는 지렛대가 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압박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 무력 침공 가능성까지 거론되는데.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는 건 미국과 대만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016년 취임 이후 계속해서 독립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여기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중국과 한번 붙어보자’는 식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명백한 주권 침해다. 중국은 주권을 지키겠다는 결심과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중국의 대만 정책 원칙은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느냐 마느냐는 미국과 대만에 달려 있다.”

-중국의 레드라인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대만이 법적으로 중국에서 분리·독립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천수이볜 전 총통 시절) 대만은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려 했고 중국이 막았다. 만약 대만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한다면 중국 전체가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미군 등 외국 군사력이 대만에 주둔하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대만이 대량살상무기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늑대 외교’에 대한 반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늑대 외교는 일종의 스타일이다. 중국은 다른 나라를 강압하거나 협박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가 중국 내부 문제에 개입할 때 강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중국의 자기 보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주 감정적인 방식으로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선 토론해볼 수 있다.”

-사드 배치로 경색된 한·중 관계가 올해 획기적으로 풀릴 계기가 있을까.

“최근 몇 년간 한·중 관계는 많이 풀렸다. 고위급 교류가 활성화됐고 무역도 정상화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왕래를 못할 뿐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갔다. 문화 교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와 대중음악 같은) 매체는 계속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 매체가 중국인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산업적 측면에서) 중국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걱정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후의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 좀 더 연구해볼 문제다.”

자칭궈 교수는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국제정치 및 미·중 관계 전문가다. 2018년까지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을 지냈고 저서로 '21세기 중국 외교' '냉전 초기의 중·미 관계' 등이 있다. 2008년 3월 중국 최고 정책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에 선출돼 대외 정책 수립에도 역할을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011년 부통령 신분으로 방중했을 때 비공개로 만나 양국 관계를 논의한 중국 석학 5명 중 한 명이다.

베이징 글·사진=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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