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NFT 시장’ 거품 빠지고 가치투자 뿌리내릴까

2006년 날린 최초의 트윗 34억원
이세돌·알파고 겨룬 기보 2.5억원
스토리텔링 콘텐츠 천문학적 가치

지난해 2월 처음으로 경매에서 낙찰된 ‘냥캣’. 유튜브 캡처

무지개를 꼬리에 달고 우주를 날아다니는 고양이가 3분36초 동안 ‘냥냥’만 반복하며 노래하는 영상. 누군가가 7억원을 건네며 “이 돈으로 영상의 소유권을 확보해 달라”고 부탁하면 그대로 실행하겠는가. 아니면 그 돈으로 부동산이나 미술품 같은 자산을 찾도록 그를 설득하겠는가. 이 대답에서부터 대체불가능토큰(NFT)에 대한 관점이 엇갈린다.

앞서 언급한 영상의 이름은 ‘냥캣(Nyan Cat)’. NFT에서 처음으로 가치가 인정된 콘텐츠다. 냥캣은 2011년 4월 6일 유튜브에 올라온 뒤 10년간 1억93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상의 패러디물은 그 수를 헤아리지 못할 만큼 많다. 24시간 연속 재생 영상이 35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가 하면 헤비메탈·재즈·힙합 등 다양한 장르로 편곡됐다.

급기야 인터넷 강연 플랫폼 테드에도 냥캣이 등장했다. 유튜브 문화·유행 담당자인 케빈 알로카는 2012년 2월 테드에 출연, 냥캣 영상을 청중에게 보여주며 “단순히 웃고 마는 농담거리가 아닌 참여를 끌어낸 콘텐츠”라고 평가했다. 인기를 끈 원인을 찾아낼 길은 없지만 문화현상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게 알로카의 주장이었다.

냥캣은 지난해 2월 NFT 경매에서 이더리움 300개에 낙찰됐다. 당시 이더리움 시세를 적용한 가격은 59만 달러. 우리 돈으로 6억9980만원이다. 냥캣에 부여된 가치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 인터넷에서 일으킨 문화현상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인정받기 어렵다. NFT 콘텐츠의 가격을 결정하는 건 이렇듯 맥락과 서사, 즉 스토리텔링이다.

‘억’ 소리 나는 NFT

냥캣의 낙찰을 끌어낸 NFT 경매장은 이후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온라인에서 상징적인 저작물이 NFT 경매에서 연달아 거액에 낙찰됐다. 트위터 공동창업자 잭 도시의 2006년 첫 번째 트윗은 34억원, 인공지능(AI) 알파고를 상대로 유일하게 승리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제4국 기보는 2억5000만원,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을 개발하고 2011년 사망한 스티브 잡스의 자필 입사지원서는 27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에 거래된 국내 래퍼 마미손의 ‘수플렉스 더 트로피’. 마미손 인스타그램 캡처

NFT는 콘텐츠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으로 증명하고 암호화폐(가상화폐)로 가치를 부여하는 ‘증표’의 개념이다. 이 증표가 자산으로 인식되자 한때 ‘무료’로 전락할 뻔했던 인터넷 음원·그림·뉴스에 가치를 매기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NFT를 다룬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칼럼은 6억6000만원, 국내 래퍼 마미손이 지난 3년의 활약상을 한 장의 그림으로 담아낸 ‘수플렉스 더 트로피’는 6100만원에 낙찰됐다.

NFT 시장을 주도하는 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 이들은 가상화폐 시장을 움직이고, 게임·SNS 접근성이 높은 세대다. 하지만 부동산·주식 같은 전통 자산에 투자해온 이전 세대보다 부족한 경험은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을 두 차례나 7000만원대로 끌어올린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은 NFT 시장에서 시세차익만 노리는 투자에 손실을 경고한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31일 “NFT 열풍은 메타버스 안에서 건물, 의상 같은 콘텐츠 소유권을 어떻게 부여할까 하는 고민에서 촉발됐다. 중장기적으로 메타버스와 함께 성장할 분야”라며 “어느 시장이든 과열과 소강이 발생한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보다 산업관을 가지고 NFT 시장에 진입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2030년대를 준비하는 사람들

정보기술(IT) 스타트업과 엔터테인먼트 업체는 NFT 시장에서 소용돌이치는 아이디어를 포착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메타버스와 방송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연예인의 ‘부캐’(보조 캐릭터)를 NFT로 소비하는 작업이 이미 실현됐다. 바로 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 국내 메타버스 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이 합작해 지난 19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예능프로그램 ‘부캐전성시대’가 그것이다. 시청자는 이 방송의 메타버스 안에서 출연진과 소통할 수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출연진의 콘텐츠를 소유하거나 판매하는 일도 가능하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최용호(왼쪽) 대표와 홍동명 지식재산최고책임자가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자사 메타버스와 NFT 콘텐츠를 점검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서울 여의도 갤럭시코퍼레이션 사무실에서 지난 28일 만난 최용호 대표는 “지금의 메타버스는 공간을 기반으로 아바타를 생성하지만 앞으로는 아바타가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여러 메타버스를 이동하는 ‘메타멀티버스(초월다중우주)’로 확장될 것”이라며 “저마다 다른 메타버스 세계관을 하나로 연결하는 초월적 가상공간에서 NFT가 통화로 이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어날 때부터 유튜브를 접했고, 아바타를 통한 소통에 거리낌이 없는 알파 세대는 메타버스 안에서 NFT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 홍동명 갤럭시코퍼레이션 지식재산최고책임자(CIPO)는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소유하거나 판매하는 일이 이미 NFT 블록체인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알파 세대가 성인으로 자랄 2030년대엔 NFT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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