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새해 소망은 보금자리·일자리… “집·잡 대통령 없습니까”

전국 청년 40명 심층 인터뷰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새해를 맞이하는 2030세대들의 간절한 소망은 역시나 ‘집값 안정’과 ‘취업’이었다. 특히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급등한 집값을 그 이전 수준으로 낮춰 달라는 아우성이 컸다. 부동산 문제가 악화되니, 결혼과 출산까지 어려워졌다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2030세대 사이에서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갈망은 더욱더 거세졌다.

국민일보는 지난 26∼28일 전국 거주 청년 4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2030세대가 가장 많이 꼽은 새해 소망은 부동산 안정이었다. 서울에 사는 30대 전문직 장모씨는 “부동산 진입 장벽을 내려 달라”며 “제발 집값이 문재인정부 출범 전 수준으로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이모(29)씨는 “오른 부동산 가격을 생각하면 취업을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취업을 한 친구들도 ‘월급을 모으는 게 의미가 없다. 어차피 내 집 마련은 이번 생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하소연을 한다”고 전했다. 충남 천안에 사는 직장인 진모(37)씨도 “급등한 집값 때문에 계급이 나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열심히 직장을 다니고 일하면 내 집 마련은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8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경실련이 2017∼2021년 11월 서울 25개구 아파트 75개 단지, 11만5000세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당(3.3㎡) 2061만원이었다. 그러나 4년 반이 지난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은 평당 4309만원에 달했다. 평당 2248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2030세대는 실수자요들을 위한 대출규제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북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20대 한모씨는 “대출이 나와야 집을 구할 수가 있는데, 모든 대출을 막아버려서 너무 어렵다”며 “현 정부의 대출규제 등 부동산 정책은 주먹구구식의 임시방편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수도권에 사는 공무원 강모(35)씨도 “부동산 공급의 획기적 확대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며 “실수요자를 옥죄는 무리한 대출규제는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30세대가 집값 안정을 원하는 것은 또 다른 간절한 소망인 결혼과 출산과도 이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남 순천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유모(33)씨는 “집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워지다 보니 젊은이들이 원치 않게 결혼을 포기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새해에는 꼭 결혼하고 싶다”고 기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주거 문제와 결혼·저출산 문제를 따로 보지 않고 유기적인 정책을 내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전북 전주에 사는 30대 직장인 임모씨는 “미혼 남성의 관점에서 주택이 먼저 준비돼야 결혼과 출산을 고려할 수 있다”며 “비슷한 상황의 친구들을 보면 집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결혼을 기피하게 되는데, 2030세대가 내 집 마련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에 거주 중인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결혼을 앞둔 2030세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내 집 마련”이라며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자금 대출을 확대해주거나 서울에 양질의 신혼희망타운 공급을 늘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좋은 직장’도 2030세대의 새해 큰 소망이다. 광주에 사는 20대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지금까지 33번 입사시험에서 낙방했는데, 새해에는 34번째 시험에서 꼭 합격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충남 당진에서 재취업을 준비 중인 30대 남모씨는 “코로나19 확산에 경기가 악화하면서 나처럼 직장에서 잘리고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상황”이라며 “취업을 하고 싶어도 너무 조건이 열악한 일자리밖에 없다. 새해에는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취업준비생인 안모(24)씨는 지역할당제에 “오히려 역차별의 요소가 많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나처럼 서울에서 대학교를 나온 졸업생들 다수가 지역할당제에 불만이 많다”면서 “새해에는 공정의 관점에서 이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도 빼놓을 수 없는 소원이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29)씨는 “코로나19가 가장 심할 때 임신을 해 백신 접종 등 어려움이 너무 많았다”며 “내년에는 마스크를 벗고 아이와 뛰어놀 수 있는 2022년이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2022년 대선과 관련해서는 심층 인터뷰에 응한 청년 대부분(40명 중 37명)이 투표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는 사람이 27명에 달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 때문에 2030세대 표심은 여전히 안갯속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에 사는 대학원생 김모(28)씨는 “이 후보나 윤 후보 모두에게 표를 주기 싫다”며 “투표장에 가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덜 나쁜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은행원 김모(36)씨는 “적극 지지하는 후보는 없다”며 “민주당이 싫어서 국민의힘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찍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윤 후보의 발언 수준에 실망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광주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고모씨는 “도덕성 측면에서 보면 두 후보 모두 대선에서 승리한 뒤 국정운영을 정직하게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지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수도권 직장인 박모(29)씨도 “현재 기성 정치인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똑같은 위선자로 보이기에 신뢰하기가 힘들다”며 “막말로 ‘그놈이 그놈 같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상헌 박재현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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