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바로세우기는 공조직 질서 회복… 반의반도 못 이뤄”

[신년 인터뷰] ‘소방수’로 9개월 보낸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듣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 바로세우기에 대해 “공조직 질서의 회복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의회의 공격을 받고 있는 ‘서울시 바로세우기’ 작업에 대해 “공조직 질서의 회복 과정”이라며 “목표의 반의반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근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신청이 잇따르고 있는 신속통합기획 정책에 대해선 “그동안의 갈증이 해소되는 정책적 접근”이라며 “수급의 생명수 같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그는 1년 남짓의 임기 동안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상당히 공격적인 시정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6월 지방선거에서 다시 서울시장에 나설 그를 지난 12일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기 1년여의 ‘소방수’ 시장으로 들어온 지 9개월이 지났다.

“겨우 며칠 지난 것처럼 9개월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보궐선거로 들어온 시장의 운명은 결국 전임자의 업적을 잘 이어받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다. 각종 예산과 조직 운영에서의 문제를 바로잡고 있다. 이른바 서울시 바로세우기다. 또 미래를 향한 좌표를 설정하기 위해 서울 비전2030 핵심 목표를 정했다.”

-서울시 바로세우기에 대한 진보진영의 반발이 있다.

“예산 측면에서는 시민단체를 표방하는 서울시 주변 기득권 단체에 무비판적으로 내줬던 예산의 운용 기조를 바로잡고 있다. 조직 면에선 기득권 단체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대규모로 들어오면서 위축된 서울시 기조를 수정하는 중이다. 이로 인해 자발적으로 일하지 않고, 수동적인 조직으로 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기득권 단체는 협치 파괴라고 비판하지만 원래 공조직 질서의 회복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지난 성과에 어느 정도 만족하나.

“서울비전 2030은 이미 발표했으니까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서울시 바로세우기는 목표의 절반밖에 담지 않은 예산의 절반이 심의 과정에서 또 잘려나갔으니 반의반도 아직 이루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게 맞겠다. 압도적 다수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의 저항과 비판이 아주 비등했다. 임기 4년 시장이라면 사전정지 작업도 했겠지만 느긋하게 스케줄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을 시민 여러분께서 다 이해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나치게 속도가 빠르다는 비판은 동의하기 어렵다.”

-TBS 출연금을 대폭 삭감했는데, 시의회에서 대부분 복원됐다.

“TBS의 존재 의미에 대한 자체 성찰이 있어야 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유일한 방송국인데 지금 가장 필요한 게 교통정보일까? 지금 교통방송 듣고 운전하는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설립 취지가 사회적인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또 권리만 독립하고 의무와 책임은 독립하지 않으면 더 지독하게 의존하게 된다.”

-재개발·재건축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전례 없이 흥행하고 있다.

“그동안의 갈증이 해소되는 정책적 접근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동안 약 7년 정도 신규 지정된 재개발 지구가 아예 없었다. 건축·재건축·재개발 주택공급시장에서 굉장한 갈증이 있었던 것이다. 1~2년 정도 속도조절은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지정한 300여개 재개발지구를 (박원순 전 시장이) 다 해제했다. 이후 추가 지정을 안 한 것은 정말 주택시장에 엄청난 타격이다. 그러다가 신통기획으로 이제 주택 수급의 생명수 같은 변화가 시작됐다.”

-정부는 공공성 확보를 주문하고 있다.

“중요한 건 ‘소셜믹스’(단지 내 분양·임대 공존)다. 과거 재개발·재건축 시 기존 거주민이 더 이상 거주하기 힘든 상황이 되는 게 가장 큰 부작용이었다. 그래서 공공기여분을 통해 소셜믹스를 만들어 내는 게 신통기획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너무 벌어지는 자산 격차를 줄이는 것 역시 확보해야 하는 공공성 중 하나다.”

-코로나19 확산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지금은 과도기, 전환기다. 사실 단계적 일상회복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데 정부 방법론에서 시행착오가 있었다. 말은 단계적 일상회복인데, 급격한 일상회복을 추구하니 환자 수가 급증했다.

2년 동안 우리는 치료보다는 격리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그런데 경제적 타격을 줄이기 위해 격리에서 치료로 전환해서 가자니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고민이 매우 깊다. 어쨌든 격리에서 치료로 개념을 바꾸고 가는 게 맞다. 이를 위해선 그동안 금기시됐던 자가진단키트도 병행해야 한다.”

-이번 대선 구도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한데.

“이번 대선에서 중장기적 국가 비전이 실종됐다는 데 국민이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계신다. 일희일비할 만한 계기들이 반복되더라도 결국엔 국가 비전으로 승부하는 대선으로 바뀌어갈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가 있다. 토론이 이뤄지다 보면 어느 당, 어느 후보가 가진 비전이 올바른지 경쟁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첫 번째는 통합의 비전이다. 왜 이렇게 우리 사회가 계층별, 성별, 연령별로 갈등하게 됐나. 하나로 통합해내서 긍정의 에너지로 변화시킬 리더십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어떻게 잘 살게 할 것인지, 국부 창출의 문제다. 지난 5년간 많은 분이 복지를 잘하면 경제가 성장할 것처럼 해왔지만 그렇게 해서 어려워진 것 아니냐. 성장 없는 복지는 공허하다. 마지막은 공정이다. ‘이번 인생에서 계층 상승은 이미 불가능하다’거나 ‘내 자식도 신분 상승은 어렵다’는 좌절을 얼마나 보듬을 수 있느냐가 공정과 상생의 문제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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