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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콤비의 유튜브 고정관념을 깨부수다

밀알복지재단 ‘썰준’ 인기몰이

지체장애인인 이원준씨(왼쪽)와 시각장애가 있는 안승준씨가 만드는 유튜브 콘텐츠 ‘썰준’의 한 장면. 캠핑을 떠난 두 사람이 고기를 굽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얼핏 보면 평범한 캠핑 영상이다. 두 남자가 비 오는 캠핑장에서 삼겹살과 소시지를 굽고 라면을 끓여 먹는다. 한데 영상 조회 수는 10만뷰가 넘는다. 영상의 가장 독특한 부분은 두 남자가 모두 장애인이라는 것. 둘은 지체장애인 이원준(43)씨와 시각장애인 안승준(41)씨로, 영상 말미에 이런 대화를 나눈다.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사실 저 오늘 고기 처음 구워봤어요.”(안씨) “캠핑은 ‘로망’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연습을 했으니 다음엔 아이들과 함께 캠핑장에 가고 싶어요.”(이씨)

두 남자의 이런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곳은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알TV’의 코너 ‘썰준’이다. 2020년 12월 10일 게시한 첫 영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0편 넘는 콘텐츠가 업로드됐는데 인기가 상당하다. 밀알복지재단 관계자는 24일 “알TV 구독자가 최근 1만명을 돌파했는데 이런 인기를 얻는 데엔 썰준의 영향이 컸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썰준의 주인공 두 사람의 소감은 어떨까. 최근 국민일보와 각각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호응이 커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유튜브에서 ‘장애 콘텐츠’는 주목을 끌 아이템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좋아해 주는 분이 늘더라고요. 댓글을 보면서 힘을 얻을 때가 많아요.”(이씨) “사람들은 예술가의 삶은 진지할 거라고, 개그맨의 일상은 웃길 거라고, 장애인은 힘들고 슬프게 살 거로 생각해요. 하지만 아니거든요. TV 속 장애인은 항상 배려의 대상으로 그려지는데 그런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좀 ‘만만한’ 장애인 콘텐츠를 만들어보려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의외로 즐겁게 받아들여 줘서 기뻐요.”(안씨)

다정하게 포즈를 취한 이원준씨(왼쪽)와 안승준씨. 밀알복지재단 제공

둘은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인이 된 중도 장애인이다. 안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뇌수종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직업군인이던 이씨는 2011년 자전거 사고로 목뼈가 부러져 휠체어에 앉게 됐다. 그는 “장애인이 되면서 신앙에 의지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건강에 자신감이 넘치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장애를 안게 되면서 하나님께 매달리게 됐죠. 2년 넘게 병원에서 생활했는데, 제가 머문 병원 중 하나가 경기도 부천 예은병원입니다. 알고 보니 병원 이름에 ‘예수님의 은혜’라는 뜻이 있더군요. 병원에서 신앙을 키우게 되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됐어요.”

썰준에서 다루는 콘텐츠의 종류는 토크쇼부터 ‘먹방’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앞으로 어떤 영상을 선보이고 싶은지 물었을 때 안씨는 이렇게 말했다. “썰준을 본 동창들이 그러더군요. 왜 사람들이 썰준을 재밌어하는지 모르겠다고. 20년 넘게 제 일상을 지켜봤으니 신기할 것도, 놀라울 것도 없는 거죠. 앞으로 썰준이 꿈꾸는 세상도 비슷해요. 저희 두 사람이 만드는 콘텐츠가 전혀 신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세상,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상으로 여겨지는 세상이 왔으면 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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